3월의 폭설과 집고양이의 복지생활

8일 목요일 아침, 눈이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것인지 아침에 창을 여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내릴 뿐만 아니라 수북이 쌓여 있기까지!

3월의 폭설 그리고 집고양이의 외로움

열리지 않는 방충망이라 통해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처음 경험하는 착시현상, 사람이 미니어처처럼 귀엽게 보인다! 아마도 두터운 눈이불이 이런 현상을 만드는 것 같은데 한층 강해진 원근감은 정서적인 이유일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지 등은 알 수 없지만 내 눈에 사람이 작고 예뻐 보이기도 하다니 온 사방 쌓인 눈이 고맙고 또 고맙도다

이 얼룩 고양이는 며칠 전 눈이 조금 내릴 때는 가만히 앉아 아래 위로 고개만 움직이며 얌전히 구경을 하더니 오늘 내리는 눈은 뭔가 도발적으로 보였던가 눈을 잡아보려 두 발로 서서 방충망을 탁탁 두드려댄다

이 얼룩 고양이는 며칠 전 눈이 조금 내릴 때는 가만히 앉아 아래 위로 고개만 움직이며 얌전히 구경을 하더니 오늘 내리는 눈은 뭔가 도발적으로 보였던가 눈을 잡아보려 두 발로 서서 방충망을 탁탁 두드려댄다

하얀 고양이는 마침 깨 있길래 번쩍 들어 창가에 앉혀 줬지만 버둥버둥 생난리 끝에 집사가 겨우 잡아준 시선으로 딱 2초 창 밖을 응시하더니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하얀 고양이도 마침 깨 있길래 번쩍 들어 창가에 앉혀 줬지만 버둥버둥 생난리 끝에 집사가 겨우 잡아준 시선으로 딱 2초 창 밖을 응시하더니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이 고양이, 화장실 가는 길에 분명 침대에서 잘 자고 있는 걸 확인 했는데 나와 보면 언제나, 100% 사라지고 없다. 어디 갔을까? 사실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복도 지나 부엌 지나 작은방에서 세탁실로 통하는 문 앞에 동그마니 앉아있다.

집고양이의 복지생활

[이 곳이 경철 고양이의 공식 피신장소이자 기다림의 장소이다]

왜? 안 들리니 내가 어디 갔는지를 모르고 세탁실에 갔으려니 무작정 그 곳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다. 자고 있었지만 내가 없어졌다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 차린다

철수 고양이도 그럴 때가 많지만 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경철 고양이보다 훨씬 더 느긋하게 반응 한다

그러다 내가 이 쪽 끝에서 빼꼼~ 내다보며 손짓을 하면 우웨우웨~ 마치 몇 년 만의 상봉인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말처럼 다그닥거리며뛰어온다. 그리고 때로 내가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는 엄마 잃은 아이처럼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온 집안을 헤매고 다닌다. 철수 고양이도 그럴 때가 많지만 내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경철 고양이보다 훨씬 더 느긋하게 반응 한다. 들리기 때문에 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파악이 되기 때문이겠다 생각하는데 - 황당하다,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눈 이야기를 하려고 사람 카테고리로 시작한 꼭지였는데

아마도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들이 무엇으로 하루 시간을 보내는가 비율로 비교해놓은 글을 봤기 때문인 듯

아마도 길고양이와 집고양이들이 무엇으로 하루 시간을 보내는가 비율로 비교해놓은 글을 봤기 때문이며, 꼭지를 시작하고 아이들 사진을 들여다보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다시 경험한 경철의 무지막지 반가워 하는 모습을 방금 경험한 때문인듯.

위에 언급한 글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하루의 15%를 놀이(사냥)으로 보내고 집고양이는 하루의 1%를 놀이로 보낸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글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하루의 15%를 놀이(사냥)으로 보내고 집고양이는 하루의 1%를 놀이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길고양이는 하루에 40%를 잠으로 보내고 집고양이는 60%를 잠으로 보낸다고 (그 글에는 참작되지 않았지만 잠 자는 시간의 차이는 안정감과 불안감의 비율도 큰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하루종일 징징대며 집사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건 일종의 분리불안이라고 - 외롭고 심심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심심한 건 모르겠지만 내가 24시간 같이 있기 때문에 외로우리라는 생각은 거의 한 번도 안 해 봤는데 (이쯤에서 진저리를 치게 하는 철수의 유난한 징징거림이 떠오른다)

그래서 어쩌면 집고양이들은 조용한 학대 속에 사는 것이라고

그래서 어쩌면 집고양이들은 조용한 학대 속에 사는 것이라고, 틀림 없이 나 같은 집사 보라고 쓴 글이다... 기껏 먹고 싶은 거 챙겨 먹이고 함께 있어준다고 해서 다 해 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무력한 일상과 손 쓸 수 없는 뇌의 화학작용으로 놀아주고 관심주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요즘에는 더구나 엉뚱한 곳에 오두마니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귀와 쓸쓸한 꼬리를 보면 찌르르한 가슴의 통증이 더욱 더 날카로워진다

 

방금은 세탁실에서 들어오니 화장실 바로 맞은 편 캣휠 위에 하얀 것이 동그랗게 또아리를 틀고 얹혀져 있다. 대구에는 오랜만에 폭설이 내린 3월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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