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꽃 피는 봄이었다. 이미 한 차례 리포팅 했듯이 철수 고양이, 지난 겨울부터 순덕이 밥 주러 나갔다 오면
이 꼴을 하고 쓰레기통 뒤지고 있기를 여러 차례, 그나마 겨울에는 뚜껑 삼아 덮어놓은 저 책을 치울 힘이나 요령이 없었던지 이 상태에서 더 나아갈 것 같지 않더니
저거 봐라, 저거~ 아예 머리가 없어져 버렸다 - 고양이들은 참으로 뻔뻔스러운 것이 "야 이누무 시키 머 햇!?" 따위는 들은 척도 않고
"어어! 이게 아닌데~?" 머리 없는 고양이 코스프레까지 해가며 들여다 봐도 저 깊은 곳에 꺼내고픈 뭔가에 닿지가 않는 모양인지 다시 머리를 꺼내 붙이고 뚜껑대신 덮어뒀던 책을 기어이 완전히 떨궈낸 다음 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앉았다가
급기야 쓰레기통을 뒤집어 쓰고 꺼내기 좋게 엎어버리심. 이건 뭐 '영구 없따~'도 아니고... 저런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나. 한참을 이렇게 버르적거리는데 나는 어떤 말을 해도 들은 척도 않더니
침대 밑에서 조용히 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경철 고양이가 스윽~ 나와 "뭔데, 뭐 갖고 그래 버르적거려?" 무턱대고 애써 엎어놓은 쓰레기통에 머리를 들이미니 당황한 표정으로 비켜주기까지 하시는 철수 고양이, 확실히 이 때도 벌써 경철이가 갑이었던 것이야~
"암 것도 없구만 뭘!" 경철 고양이는, 지나가면 그냥 갈 것이지 제 다리길이를 훌쩍 넘는 쓰레기통을 왜 기어이 타넘고 게다가 엉아가 엎드려 있어 행여나 밟힐까, 따위의 염려는 조금도 없이 갑질 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휴지통 바구니를 뒤집어 쓰고 엎어져 있는 엉아란 눔,
그렇지 뭔가 있었구나... 요즘 들어 하 쓰레기통을 엎어대서 웬만하면 아무 것도 그 속에 버리지 않고 지냈는데 무의식 중에 간식에 들었던 실리카겔 하나를 버렸던 모양이다
이쯤 되면 지들도 내 말 귓등에도 안 들으니 나도 이런 저런 설명 않고 실리카겔을 쓰윽~ 치울 수 밖에! 그제서야 제 정신이 들어 이제 할망구한테 혼날 일만 남았다 싶어 그러는지 아니면 실리카겔이 스윽~ 사라진 그 상황을 인지를 못한 건지 한참을 이렇게 바닥에 대고 흡흡~ 딴전을 피운다
어제밤에는 자정이 넘은 한 밤 중에 CD장 위로 진출을 하셨던가 그 위에 있던 화분이 와장창! 어찌 화가 나던지 "니가 다 치웟!" 라고 버럭! 했다고 저 쪽으로 피해서 죽은 듯 엎드려 있길래 저게 오래 삐쳐 있으면 어쩌지 내심 걱정하게 만들더니 한 10분이나 지났을까 침대 위로 훌쩍 뛰어 올라서는 내 팔 위에 지 손을 얹고는 삐육삐육~ 아이고, 바깥에 꽃들이 만발하니 우리집에는 말썽질이 만발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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