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청소하고 씻고 방으로 돌아와 본 첫 장면
오른쪽 작은 바구니에 담긴 자잘한 봉지들은 동결건조 닭가슴살을 한 세트 사면서 '샘플 마안~이 챙겨 주세요'하고 청을 넣어 받은 온갖 동결건조 제품 샘플들이다 (오리고기, 양고기에 캥거루 고기까지 지금껏 한 번도 이 만치 안 주시더니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마안~이'가 톡톡히 효과를 발휘해 저것들에다 정품 칠면조까지 선물 받았다 ^_____________^) 그런데?
위 장면의 저 바구는 원래 이렇게 고양이 형제의 식탁 아래에 쉽게 꺼낼 수 없도록 쑤욱~ 들어가 있는 곳에 정리해 두었던 것인데 이 녀석들은 어떻게 된 것이 저 뭉툭한 솜방망이로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씻는 사이에 철수 고양이란 넘이 어찌어찌 툭툭 끌어내어 그 중 제일 좋아하는 오리고기 봉지를 빠직빠직 뜯고 있던 것이 위의 장면인 것이다.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저러고 있었던 모양인지 내가 사진 찍을 준비가 됐을 때는 이미 지루해진 주범은 물러나고
이내 종범 내지는 공범 고양이가 등장해 특유의 손모양으로 툭툭 드리블을 시작한다 - 도둑질 하는 저 귀여운 젤리 손바닥, 칵칵 깨물어주고플 만치 몸서리 나게 귀엽다 -
드리블로 자리를 이동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린다고 판단 했는지 주둥이 기술이 등장한다
끈기경철이라고 아시는지! 이 고양이 형제는 언제든 장난질 또는 도둑질의 시작은 철수가 하고 마무리 작업은 언제나 경철이 도맡아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버렸는데, 철수는 몇 번 빠직빠직 씹어보고 안 되면 곧 포기하는 편인 반면 경철을 사람이 뜯기에도 두껍고 단단한 저 비닐봉지를
한 발로 밟고 때로는 이리저리 던지고 도리도리까지 해가며 끈질기게 물어뜯어 드디어 개봉! 이쯤해서 집사 눈치 슬쩍? 아니다, 워낙 봉지 개봉하는 일에 고군분투 했기 때문에 잠시 숨 고르기 하시는 거다
완전 제대로 개봉했다
콧등과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얌냠 맛있게 드시더니
구석 쪽으로 들어 있는 건 암만 끈기경철이라도 좀 꺼내기 힘들었던가 나머지를 포기하고 돌아서길래 철수 고양이에게 주려고 봉지를 집어들었더니
순식간에 휙! 집사 손가락 물릴 뻔 했다 --;; 지친 게 아니라 웬만큼 먹어서 좀 있다 먹으려 생각했던 모양인지?
"또 뺏기기 전에 얼른 다 먹어 치워야짓!"
정말로 다 꺼내 먹었다. 만족감에 입술을 핥으며 돌아서는 경철 고양이와 뒤늦게 봉지에 남은 가루라도 핥아보려는 철수 고양이
놔~ 경철 시키 저 봉지 말갛게 비운 거 좀 봐라...
"뭐야, 정말 지 혼자 다 먹어 버린 거야?" 망연자실 철수 고양이 - 이 고양이들, 이대로 가다가 언젠가는 깡통도 즈들 손으로 따 먹을 날이 올지도 몰라~~~그런데 도둑질을 잘 하면 잘 할수록 예쁨 받고 칭찬 받는 존재는 범죄 집단이 아니라면 고양이 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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