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언제나 느끼지만 생김새 만큼이나 취향이나 행동도 하늘과 땅 차이임을 매 상황마다 새로이 증명을 해주는데 - 어느 날 큰이모가 꺼먼 봉지를 들고 와서 부엌에 갖다놓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다.
실속파 고양이는 생각한다 "저 뚱땡이가 뭐 사왔지?" 이모가 갖다 놓은 까만 봉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반면 감성파 괭이는 이모가 손 씻는 시간도 기다릴 수가 없어 고양이 털 묻지 말라고 일부러 오디오 위에 벗어놓고 들어간 옷 냄새라도 맡으려 까치발을 하고 안타깝게 버둥버둥
그러다 이모가 나오니 자리에 앉기도 전에 머리부터 바닥에 꾸당! 하는 요란한 발라당에 연이은 폭풍 골골송에 열혈 꾹꾹이 - 저 뚱땡이가 뭐가 좋아 저러는지 보는 사람은 도저히 알 수가 없음
두 다리를 모아쥐고 털털 무자비하게 털어대는데도 마냥 좋~댄다 저 뚱땡이는 아이들 간식을 사 주는 것도, 자주 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뭐가 있어 고양이들이 웬만하면 싫어하는 다리잡아 흔들기 배 마구 문지르기 등을 아무 문제없이 허락 받는지?
췌~ 저 좌악좍 펴지는 손바닥 좀 보소 "배 아프냐 집사? 나는 푹신푹신한 이모 손이 좋애~" 그래, 이 고양이들에게는 사랑보다는 사람이 결핍이구나... 사람 결핍이야말로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라 그 무엇보다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우키키 흐흣! 가,간지러 간지러" 아 진짜, 배를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맡겨놓고 저리도 좋을까... 경철이는 더러 전혀 남인 학생들에게 치대는 반면 철수는 거의 전혀 친한 척하지 않는데 꼭 내 피붙이만 오면 저런 비슷한 반응을 하니 아이러니 - 아이들이 여섯살이 넘은 지금에 보니 철수가 낯을 훨씬 더 심하게 가리고 경철군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꽤 담대하고 덤덤한 성격이다. 그나마 철수 고양이에게는 다행이다, 더러 이모라도 만날 수 있어서...
이렇게 알콩달콩 화기애애 큰이모와 큰조카 고양이가 교감을 나누는 동안 차가운 두뇌의 실속파 고양이,
"이모, 뭐 사 왔어? 킁킁 흐흡!" 언니가 들고 온 봉지에 머리를 파묻고 뒤적뒤적 바스락바스락
"경철아, 뭐 햇! 거기 왜 갔어?!" 바가지 깨지는 듯한 집사의 뷁!에 들리지는 않지만 눈치는 살아 있어 잠시 멈칫 했다가
자동반사로 고개를 앞으로 쭉 빼고 딴전딴전~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그 어디서 바다 짠내가 나는데에?" 하긴, 뷁!이 통한다면 난청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지... 열 사람을 줘도 안 바꿀 제 호기심에 열중해 있는 저 예쁜 똥꼬! 니들에게 가능하다면 사람 손 한쌍은 정말이지 사주고자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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