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고양이 용품 택배가 왔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 고양이 형제들이 먼저 출동, 뭐가 왔나 열혈 검사 중!
이라 말하고 싶지만 이 집 고양이들 속사정은 좀 다르다. 온갖 물건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특정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중으로
장난감도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아닌 그것은 바로 빠닥종이(셀로판지), 빵봉지 같은 그 봉지를 찾는 거다. 빠닥종이, 빵봉지라면 다른 고양이들도 거의 다 좋아하는 거라 할 수 있지만 이 아이들은 그게 목적이 아니라 봉지에 묻어있는 접착제가 목적이었으니...
"얘들아, 시방 이거 찾고 있는겨?" "어? 그거! 인 내, 인 내놔!"
안 들리는 경철 고양이는 한 발짝 늦게 신호를 수신했지만 주특기인 두 발로 서서 오래 버티기에다
양 팔180도로 마구 휘두르기 신공으로 엉아 고양이 철수의 혼을 단 번에 쏙 빼서 물리쳐버리고 - 사실 엉아는 두 발 서기에서 이미 밀렸음. 눈을 뒤집고 혀까지 날름거려 가며 여전히 두 발로 서, 대놓고 무지막지한 휘두르기로 봉지를 쟁취
떨어져 나갔던 철수 고양이까지 어느 새 합류해 그야말로 몰아일체. 하지만 접착제란 것이 자연물질은 아닐 터, 저걸 계속 저렇게 핥아도 되는 것인가 말려야 하는가...
고민이 다 끝나기도 전에 철수 고양이가 찾아와 경철이 침 다 묻혀 놨다고 다른 걸 내놓으라 하신다.
"그럼 이거 비워 줄까?"
"콜!!! 이건 내 꺼닷!"
"잠깐만, 이거 꺼내고 줄게 기다려!"
젠장, 이런 말이 통하면 철수가 고양이일 리가 없지... 또 털장난감 물고 늘어질 때 그 표정이다. "이번에는 저 시키한테 안 뺏길겨" 비닐 귀퉁이가 떨어져 입 속에 남을까 당기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 봉지는 침으로 흥건~
얼르고 달래 내용물을 꺼내고 다시 봉지를 건네니 어라 어라~ 눈 뒤집고 넘어간다?, 그러다 거품 물겠다! 표정이 벌써 썩었어...
"아, 정신이 몽롱해지고 있긔~ "다리가 풀리고 눈도 점점 더 찌그러지긔~" 저 얼굴이 오*본드 봉지 뒤집어쓴 불량 청년괭이 표본이려니~ "본드질 하면 경찰에 잡혀간다 이 눔아!" 아무래도 좋은 물건은 아니니 뽑고 싶은 장면만 얼른 찍고 모든 빵봉지를 회수해 버리니
경철 고양이 이건 언제부터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방풍비닐을 떼낸 자리에 남은 양면테이프 자국, 이것은 경철씨 디저트일 뿐이긔~ 느들 계속 이러면 내 언젠가는 112를 부르고 말 것이야! - 어느 한 곳,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고양이를 모시는 일이라 덕분에 집사는 오밤중에 열렬히 테이프 자국 청소를 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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