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오늘은 특히나 세 식구 모두 놀이에 흥이 나질 않았다. 머리 나쁜 집사, 잠시라도 더 놀게 하려고 절치부심
로봇버그에 휴지를 씌워 저절로인 듯 움직이는 휴지를 보고라고 사냥 본능이 발동해주길 바라면서 두 장 뽑아 덮어줬더니 이 눔의 로봇버그, 어찌나 힘이 좋은지 덮어 놓은 것 다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드드드~
휴지를 덮고 움직여도 휴지를 벗어던지고 움직여도 철수 고양이 여전히 시들, 세상 즐거운 것이 하나도 없는 듯 뚱한 표정
궁여지책, 로봇버그 꽁지에 대고 레이저포인터를 쏘아주니 드디어 경철군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 그러나 철수도 불빛 때문이지 동시에 관심이 동한 듯한데
엉아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가지고 놀까 말까 관찰 중인 경철군을 물끄러미~ 그러나 내 눈에는 그냥 물끄러미로 보이지 않는다. "이 샤꾸, 또 껴들어서 방해한다" 눈빛
그럴 줄 알았다! "하지 말라고 시캬, 내가 방금 갖고 놀려고 한 거 안 보여?!"의 한 주먹질. 경철군 입장으로는 또 느닷없이 당하고 있는 것
기어이 이렇게 동생을 쫓아내고 나름 흥을 내어 갖고 놀아보려 애 쓰지만
역시 재미 없다, 다 귀찮다, 화만 난다!
요즘은 세 식구가 모두 이러고 산다. 경철군은 밤에 소리소리 지르며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야옹야옹이 아니라 "우웨에에우어~"하신다. 철수군은 보다시피 저러고 있고 인간은 뭐... 말도 못하고 행동도 못하고 그냥 마음만 이 아이들하고 똑 같다. 나쁜 유전자, 나쁜 유전자 탓이다, 남 탓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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