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겨울 채비

아침에 청소를 끝내며 창을 여니 미친 바람이 씽씽! 창틀에 떨어져 있던 먼지, 나뭇잎들이 일시에 휘리릭~ 바부 아니야, 청소 다 하고 문 여는 건 어느 나라에서 하는 순서? 그제서야 퍼떡 무엇이 잘못 됐구나 인지한 인간,

스스로에게 욕설 퍼붓지 않으려 애를 쓰며 엉금엉금 날려 들러온 것들 청소를 하는데 북쪽으로 향한 창 바로 앞으로 아슬아슬 지나가는 굵은 전선(아마도 고압선이지 싶다)이 휘이잉 끼아앙~ 귀신소리를 내며 울어댄다. 태풍이 올 모양이라 더 하겠지만 날씨가 부쩍 거철어졌다는 느낌이 들어 퍼떡 아이들 겨울나기 동굴이라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굴을 좋아하는 고양이

만들어 준다, 하니 문득 "만들기"에 상당하는 공사판이 벌어질 것 같겠지만 침대 옆에 잡동사니 넣어 두었던 키가 제법 큰 바구니를 비워 자빠뜨린 다음 그 안에 보온방석 까는 걸로 끝! 들어가는 건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한다. 먹는 일에는 경철 고양이가 훨씬 빠르지만 이런 일에는 언제나 철수 고양이가 더 빠르다

동굴집을 좋아하는 고양이 형제

경철 고양이, 뒤늦게 다가와 "엉아, 나도 좀 드가봐아~" 애원을 하지만 철수 고양이 이미 잠 든 척, 눈도 깜짝  않는다.

동굴 뺏기에 실패하고 돌아서는 하얀 고양이 http://binubaguni.tistory.com

"더러바라~" 우경철 표정이 이렇게 말 한다. 이럴 때 철수 같으면 기어이 비집고 들어가 선점한 놈 쫓아내고 마는데 경철 고양이는 그 정도 배짱은 절대 없다. 역시 고양이들 털 색깔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는 딱 그 만큼 차이가 나는 성격이다.

따라오라는 듯 돌아보는 하얀 고양이

돌아서 방을 나가며 따라오라는 듯 나를 돌아다 본다. 마치 할 말이 있거나 보여줄 것이 있다는 것처럼

바구니 동굴 속 얼룩 고양이

메렁메렁 동생을 더 약 올리고 싶었던 철수도 경철이 미련없이 돌아서 가버리니 어리둥절~ 하얀 고양이 부름을 받잡고 따라갔더니

낡은 여행 가방에 숨은 하얀 고양이 1

이러고 있다. 30년은 족히 묵은 여행가방 (요즘은 이렇게 생긴 물건 팔지도 않지 싶으다), 사실 바구니 자빠뜨리기 전에 장농 위에서 끌어내려 먼지 닦아 아이들 드나들기 적당하게 뚜껑을 빼꼼 열어 뒀던 것으로 동굴 같은 집 이 방 하나 저 방 하나, 이 눔 하나 저 눔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낡은 여행가방에 숨어 있다가 카메라 불빛에 내다보는 하얀 고양이

처음에 이거 내렸을 때 경철군이 홀짝! 먼저 들어갔으니 사실 경철군이 진 건 아니다. 그러니까 아까 방에서 미련없이 나서던 모습은 "치, 나도 숨숨집 있다 머~ 집사, 따라 와 보여주께!" 였던 것. 집사, 청소 다 하고 창문 연 것 빼고는 "참 잘 했어요" 

가방동굴은 내 생활공간 밖에 있어 잘 모르겠지만 바구니 동굴은 겨울에 아주 유용하게 쓰이리라 기대 한다

 

그리고 지난 밤인가 그제 밤인가

TV보는 고양이

컴터하는 내 발치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티비에 골똘해 있는 경철군. 사진 찍기 바로 전에 티비에서 고양이 낚시대가 휙휙 움직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봤는지 일어나 이쪽저쪽 따라 움직이다가 장면이 바뀌니 이렇게 골똘~ 우리 경철군, 티비를 이렇게 들여다보는 모습은 진짜로 평생에 처음.

티비 속 장난감을 보고 흥분해 뛰어내린 고양이

다시 장면이 바껴 고양이가 움직이고 낚시대가 재등장하니 잡아보려는 듯 벌떡 일어나 침대를 내려가 티비 쪽으로 튀어오르려다 눈치 하나는 빤하지 '나 여기 올라가도 되나...?'의 눈빛으로 내 반응을 점검. 어차피 늦었어 이 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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