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가 언젠가부터 (사실 2, 3년 전부터)레이저포인터만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레이저포인터에 유난히 강한 반응을 해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문득 인식 되기 시작한 것이 낚시대 놀이에 경철이 짜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 흔들어주면 잠시 피하다가 어떤 때는 마구마구 두 팔을 휘둘러 "치워, 치워!" 말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어 설마... 인간이 지 맘대로 생각하는 거겠지, 하면서 또 무시하기를 한 세월.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레이저포인터만 가지고 노는 경철 고양이의 속마음이 궁금해 고양이와 놀아주는 법을 다시 공부한 후 확실한 깨달음 - 집사가 잘못 놀아주고 있었던 것.
장난감을 대놓고 흔들어주는 것보다 장난감의 꼬리를 슬쩍슬쩍 보이면서 약을 올리거나 고양이가 숨을 기회를 주어 충분히 관찰한 후 덮칠 기회를 줬어야 하는 건데, 사실 이 전에는 그렇게 놀아줬었는데 2014, 2015년 큰 변화를 겪으면서 이것도 저것도 모두 놓아버리고 잊어버리고 무뎌졌던 것.
그나마 경철이 레이저포인터로 놀아준 것은 그것과 놀 때 만큼은 집사가 놀이의 규칙을 본능적으로 지키고 있었던 것인데 되짚어보니 레이저가 아이 눈에 직접적으로 쏘아질까봐 조심하다 보니 저절로 숨기놀이가 됐던 것이며 경철군이 거의 강제적으로 먼저 숨어버리니 따라 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고양이 놀이의 규칙을 다시 숙지한 집사, 예전에는 동굴이 여기저기 널려있어 쉬웠던 장난감 꼬리만 보이기 상황을 티슈통을 가운데 놓고 장난감이 모퉁이에 숨어 까딱거리는 연출을 하고 경철군을 꼬드겨 봤다. 세상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장난감을 몰래 지켜보다가 휘리릭 티슈통을 뛰어 넘기도 하고
다시 달아나 까딱거리는 장난감을 가만히 관찰하다가
등을 한껏 구부리고 덮칠 자세를 잡고 타이밍을 노린다. 레이저포인터가 아닌 장난감을 대상으로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포즈인지!
드디어 사냥에 성공해 포식할 은신처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이제서야 예전에 하던 짓을... 그러니까 경철이 변한 것이 아니라 집사가 변해 놀이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무렇게나 마구 놀아줘도 반응을 해줬던 철수군. 이건 아닌데, 말도 못 하고 속앓이를 얼마나 해 왔을까, 딱한 것...
알던 것도 잊어버리고 멋대로 놀아준 이 집사가 마이 미안하다. 고양이에게 2년여 잘못 놀아준 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아이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참으로 미안하다...
입으로만 반성하지 말고 집사!!!
어느 새 일 년이 지났구나.
태블릿피씨가 처음 보도 된 것이 작년 내일이라는 말을 방금 손석희 앵커가 한다. 그 날 나는 보도를 보면서 어? 세상이 왜 이리 조용하지? 꾸과광! 천둥이라도 쳐야하는 것 아닌가? 당장 머리채 잡아끌어 낱낱이 이실직고하게 해야지, 세상은 지금 무엇 하는 것이야, 그랬었다. 그러면서 그 밤 시간이 얼마나 길고 또 길게 느껴졌는지...
세상은 내가 원했던 것보다 느리게, 훨씬 더 느리게 바뀌었지만 드디어는 바뀌고 말았고 계속 바뀌어 갈 것이고 어둠은 빛을 결코 이길 수 없음이 하나하나 증명되고 있다. 볼 때마다 느꼈던 이유 모를 음산함...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