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양이 집사의 양 손에는

고양이 집사의 한 손에는 레이저 포인터 또 다른 한 손에는 낚싯대.

한 두 해째 겪는 풍경은 아니지만 더러 나도 사람이기는 한 것이냐 아니면 그냥 고양이 집사에 불과한 동물인 게냐 묻게 된다. 물론 이런 질문은 고양이 때문에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게 되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기는 하다.

레이저포인터를 갖고 노는 하얀 고양이

당연히 한 손에는 레이저 포인터 다른 한 손에는 낚시대의 장면은 죽었다 깨나도 포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하나의 집사가 최대로 가질 수 있는 손이 두 개 밖에 없으므로 ㅍㅎ.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위 장면의 경철군은 다행히 자동 레이저포인터와 뜀박질을 하고 있지만 같은 레이저포인터라도 역시나 집사의 노동으로 움직이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 가격만 해도 20배 가량 차이가 나는 수동 포인터에 훨씬 더 생기있게 놀아주시는 경철군

놀이 순서를 기다리는 고양이

경철군 노는 동안 기죽은 얼굴로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시던 철수 고양이

낚시대를 사냥한 얼룩 고양이

역시나 레이저포인터로 유인해 경철군을 침대 아래로 내려보내면 철수군이 뜀박질 하실 차례다. (야아들도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지 푹신한 침대 위에서만 넋놓고 뜀박질을 한다. 어릴 때는 딱딱한 바닥 미끄러운 바닥 아무런 상관이 없두만)이러는 동안 침대 아래에 계신 경철군을 위해 집사는 수동 레이저를, 철수군 김 빠지지 않게 눈치 봐가며 몰래몰래 쏘아댄다. 이건 뭐... 정 힘들면 안 놀아주면 그만이지 하고 싶지만 늘 생각만 그렇고 두 녀석 모두 제 풀에 시들해질 때까지 집사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그런데 요 며칠, 나도 사람인데 이거이 뭔 짓이냐...? 그러게 된다.

 

앞서도 말 했지만 고양이 때문이 아니라 실은, 나는 선생님 또는 쌤 이런 거 그만 하고 싶다, 듣기도 지긋지긋하다. 추석이라는 명목으로  뜬금 없는 케익에 용돈에 뭣이라?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스팸문자함에 요구사항에 들어있었다. 이것 또한 문제가 아니다.  끝내 다시 화가 나고 부담스러워 밤잠 설치는 내 모습이 기이하고 싫은 것이다. 선생 안 한다고 선언한지 반 년이 넘었는데 그랬으면 그냥 안 하면 되지, 남은 요구가 있으면 그건 그쪽 사정이고 나는 끝! 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는가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는 바 아니면서도 그 무엇도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고 가여운 것이다.

화장지를 물어뜯는 햄스터 형제 2

햄스터들이 화장지 갉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늘 아침 오줌 싼 자리 치워주고 습기 찬 바닥 닦아주다 잠시 놔 둔 휴지에 두 녀석이 말 그대로 환장하고 덤벼들어 갉갉! 형광물질 잔뜩 포함하고 있는 화장지일텐데 후닥 급하게 뺏았다가 다시 보니 딱히 먹는 것 같지는 않는데다 그랴, 뭣이 중한디... 금새 마음을 바꿔 먹고 다시 쥐어주고 대신 사진을 낚았다.

화장지를 물어뜯는 햄스터 형제 1

우리는 이렇게 추석을 보내고 있다. 또 하루 자고 나면 스위치가 바꿔 눌러지려나... 결국 모두들 가 닿는 곳 뻔한데 사소한 일에 마음 상하고 시간 낭비하는 이런 어리석은 스위치 좀 바꿔 누르고 싶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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