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휴가 중이라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덕에 반짝 떠오른 무엇이 있어 제 풀에 잊고 포기하기 전에 지체없이 실행에 옮긴다,
지루한 일상에 변화 주기! 의자에 이불을 씌워 평소 방문객들 발길이 잦던 장소에 딱! 놓아 줬다.
역시나 경철 고양이가 먼저 올라가 있다. 사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앞뒤 진행 과정이 기억 속에서는 모두 엉망이 돼 버리는데 찍힌 순서대로 편집하다 보면 아, 이랬지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이 딱 1분 후에 찍힌 장면. 중간 과정에 속하는 사진이 없는 걸 보니 분 만 넘어갔고 실제로는 몇 초 안에 이렇게 돼 버린 모양이이다. @@
도둑놈이 제 발 저린 것인지, 늘 카리쑤마 넘치던 철수고양이, 경철이 덤빌까 경계의 끈을 놓지 못하시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 것이 코 앞에 와 있었다. 뺏겼다고 그냥 포기하면 절때로! 경철군이 아니다. 정면돌파로는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아시는 빼앗긴 자, 잠시 작전을 구상하는듯 ...
시침 뚝 따고 후미로 파고 들더니 아래로 늘어져 있던 침탈자의 꼬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입으로 꾸악! (사실은 요 다음 순간인데 카메라로는 포착을 못 했다) 정해진 순서처럼 보여지는 당연한 장면들~
약탈자가 철수라 양심에 찔려 기운을 못 쓰는가 똥꼬, 배 다 보이고 있으니 다음 장면은 뻔하다.
힘들게 재탈환하셨으니 꼭꼭 잘 숨어야겠지? 짜잔~ "이렇게 숨으면 저, 절대로 날 못 찾을 거시야!" 대그빡 낮추고 똥꼬 치켜들고 까치발 하고~ 저것이 최고로 겁 먹었을 때 하는 자세라 하는데... 뭔가 상황과는 잘 안 맞는 듯 하지만 나름 겁도 먹었던 모양이지"
휴우~ 이제 갔나벼~ 겨우 되찾았네..." 적의 공격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니 안심하고 엉덩이를 내려 놓으셨다. 그러나 생각보다 오래 조용한 건 역시나 뭔가 불안하다 슬쩍 적의 동태를 살피는 순간!
득달같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는 적을 유려한 솜방망이 연타로 물리치고, 다시 최고로 꽁꽁 잘 숨으셨다! 그 꼴을 보는 침략자도 어이가 없는지 그저 바라만 보다가
어쩐지 기 죽은 표정으로 의자 아래로 파고든 모습이 딱해,
장난감 하나 던져 줬더니 고양이는 고양이다, 금새 분하고 섭섭한 맘 잊어버리고 물고 뜯고 잘 놀아주신다.
저런 시시한 것 하나 놓아 준다고, 마치 "여기 놀아라"는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무슨 대단한 요새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차지하려 저렇게 물고 뜯고 구르고... 돌빡들! 저렇게 놀아주는 순간에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거 일도 아니네 싶지만저 즐거움이 채 하루를 가지를 않으니 내일은 또 뭘로 변화를 줘 알량한 즐거움을 확보할 수 있을까...변덕쟁이들!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