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우습지만 꼴랑 고양이 두 마리 갖고 이 녀석들 서열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한참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 쌍둥이라지만 당연히 장남인 철수가 경철이보다는 높은 서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루한 집사, 그 동안 늘 철수가 놀이에서 밀리고 밥도 빼앗기는 것 같은 현상을 보고 서열이 뒤집어졌나, 심기가 불편해져 인위적인 서열 뒤집기 사건도 벌이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아 집괭이들에게는 서열의식이 별로 없는 걸로 혼자 결론을 내리고 잊고 지냈었는데, 요즘 들어 장난감을 부쩍 자주 교체해 주며 이 전에는 보면서도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1

새 장난감을 개봉하면 나는 언제나 두 아이 사이에 공평한 거리를 두고 흔들어 주는데 어떤 장난감이든 일단 철수씨가 덥썩 문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털복숭이 장난감일 경우에는 어김없이 코를 찡그려 가며 크르르~~ 지금도 그거  하시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누구에게? 당연히 지 동생 경철 고양이한테다.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2

두 분을 동시에 보면 이러고 있다 --;; 철수군, 지 동생이 그래도 목을 기일~게 빼고 호기심을 보이자 아예 장난감을 손으로 누르고 입을 프리하게 만들어 본격적인 크르르~를 하신다.

(참고로)고양이의 위협이 하악질인 걸로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하악질은 열세에 있는 고양이가 우세한 상대에게 두려움에 찬 발악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그래서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하악질 하는 것. 정말 우위에 있는 고양이는 철수군처럼 크르르~ 등의 소리로 약자를 위협 한다. 그러니까 하악질 하는 놈이 당연히 서열상으로 아래다.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3

기 죽은 얼굴로 외면하는 약자... 경철군, 이 상황이 얼마나 불만스러운지 미간을 쌩하니 찡그려 다시 일별,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4

침 질질 흘리는 동생의 비루함이 역겨운가 쌩하니 돌아앉아 버리시는 강자!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6

아예 장난감을 양손에 둘둘 감아 쥐고는 "쓰읍~ 눈 깔아!"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다가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8

살째기 지쳐, 잡은 손이 느슨해진 순간을 포착한 경철씨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툭툭 해보지만,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9

"씁!" 저 눈빛을 보면 말이 필요 없다"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6

네가 그렇게 탐을 낸다면 내가 이것을 더욱 더 사랑해 주지!"심기일전하여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고~애타게 바라보는 경철씨가 하도 딱하여 아이들이 살짝 한 눈 파는 사이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10

슬쩍 장난감을 당겨냈더니 용수철처럼 파다닥! 튀어나와 다시 물고 뒤로 기면서 시선은지 동생에게 고정한 채로 크르르~~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더러버 죽겠어 하는 경철씨.

고양이 두 마리의 서열 11

저 주디이 쑤욱~ 나온 꼬라지 좀 보소~~괭이들도 불만스러우면 주디이가 쑤욱 나오네~ 그 러나 이렇게 하루가 가고나면 이틀째부터는 모든 장난감이 경철씨 차지가 된다.철수씨는 이미 싫증이 났고 경철씨는 새로 시작인데 내가 놓친 것이 바로 이 전환까지의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아이들이 왔을 때부터 계속 돼 왔는데 이걸 간과하고 저는 철수가 약빠르고 천방지축인 경철이 눔에게 밀린다고 멋대로 해석해 버렸던 것, 더구나 지금 다시 짚어보니 쌈박질 때도 하악질 하는 건 언제나 경철이였는데 말이다... 딱한 우리 막내, 이제부터 이 집사가 좀 더 보듬어 주꾸마~~ 오해 해서 미안태이~


그래도 서열은 불변, 니가 아래여야 하느니라~~놔~ 인간이 이렇게 멍청하니 장남이 채터링도 할 줄 모르는 얼뜨기로 자랄 수 밖에. 2012.06.15

 

어제 이 포스트를 편집하면서 서열에 관해 공부를 좀 해 봤는데 꼴랑 두 마리, 그것도 함께 태어난 아이들 갖고 서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아이들 사이에 서열이 있다고 치면 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2년 전 철수 혼자 병원에 다녀왔을 때 경철이 2, 3일간 하악질을 발사하긴 했지만 다행히 공격을 하거나 다른 방으로 가 버리거나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경철이 식탐이 강해서 철수 간식을 뺏아 먹는 건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철수보다 우위에 있지않아 보이는 것이 쌉박질 하면 늘 당하고 숨는 쪽은 경철군. 그래서 그냥 즈들끼리 어떻게 알아서 지내나보다 하고 만다.

 

물론 경철이 난청이라 오버센스하는 부분이 있어 철수가 좋은 의도로 접근을 해도 대놓고 경계를 하는 버릇 때문에 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중재하고 설명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양이 침구 청소 - 라텍스 장갑

그리고 요즘 고양이 털 빗기에 고무장갑을 쓰면 좋다고, 꿀팁이라고 여기저기 하도 권하는 매체들이 많아 오늘 사용해 봤더니 (나는 내가 만든 천연세제를 쓰는지라 고무장갑이 없어 라텍스 장갑을 대신 사용) 아이들이 기절을 한다! 털은 숙쑥 잘도 뽑혀 가히 꿀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기절을 하는 원인을 생각해보니, 역지사지, 내 머리카락을 고무장갑 끼고 쓱쓱 쓸어보면 금새 안다. 고무장갑, 제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그건 못 쓰겠더라!

 

그러나 고양이들 침구나 방석 청소에는 진공 청소기보다 더 탁월한 성능을 발휘 오랜만에 개운하게 청소를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고무장갑은 고양이 용품 청소에 사용하고 고양이에게 직접 사용하는 것은 삼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2017. 10. 03 개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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