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씌운 넥카라가 불러온 고양이 형제의 전쟁

어제 너무 길어서 못다올린 장면들이다. 

[빨리 풀어라 풀어! 넥카라 더미인 줄도 모르고 종이를 물어뜯으면 재촉하는 철수 고양이]

철수의 성화에 못이겨 넥카라 꾸러미를 풀었더니 어제 보여드렸던 대로 무려의 세 개의 넥카라가 뙇! 이것저것 살펴보던 집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육각형 분홍 넥카라는 경철에게, 하얀색 고양이 무늬 넥카라는 철수에게 씌워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계획을 미리 세워 실천에 옮겨야 빠른 시간 안에 증명샷을 찍고 빠르게 벗겨줄 수 있으니까.

[무슨 일이야? 하듯 의자 밑에 숨은 제 동생을 들여다보며 사태를 파악 중인 철수 고양이]

그랬는데... 앗, 집사의 실수! 원만하게 일을 진행 하려면 철수 고양이에게 먼저 성춘향의 칼(넥카라)을 씌워 먼저 제어를 했어야 하는데 그만 경철에게 먼저 씌우는 실수를 한 것이었다. 경철에게 먼저 씌우면 틀림없이 이렇게 겁을 먹고 달아날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되면 동물들의 본성대로 철수는 곧장 경철을 공격하려 들것이다. (와중에 제 동생을 들여다보는 저 표정이 너무나 귀여워 집사는 까무라침! ㅎㅎ)

아니나 다를까 넥카라를 씌우자마자 경철 고양이는 의자 밑으로 달아났고 철수 고양이도 예상대로 득달같이 따라가 저런 희한한 표정으로 제 동생을 들여다보는데 집사 머리에 경계경보가 삐익삐익~

[경철이 머리에도 '철수 경계경보']

여기서 집사가 조금만 지체하면 경철 고양이가 일방적으로 바닥에 깔리거나 점점 더 구석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경철이 겪을 심리적인 데미지야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갑작스런 넥카라에 당황한 대장 고양이]

할미도 이럴 때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와중에도 계획 했던대로 하얀 넥카라를 집어들어 휙! "도대체 왜?" 철수는 정말이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오랫동안 짓는다. 저도 아마 틀림없이 제 동생이 귀청소를 하게 되리라 생각했을 것인데 저는 이것을 왜 써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넥카라를 쓰고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것저것 냄새를 맡는 대장 고양이]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대장 고양이답게 이내 평정심을 찾고(나중에 알고보니 이건 경철이를 안심 시키고 의자 밑에서 나오게 하려는 페이크였다) 아까 하던 구경 마저 하겠다고 선물 꾸러미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살피기 시작한다.

[몰래 침대 아래로 달아나려다 대장 고양이에게 딱 걸려버린 경철 고양이 "얼음"]

그렇게 철수가 물건 구경에 정긴 나간 틈을 타 경철 고양이가 살금살금 기어나와 침대 아래로 향하려는데 내심 곁눈으로 그 순간을 노리던 철수에게 딱 걸려버렸다. 경철 고양이 얼음! 숨조차 쉬지 않는듯 보인다.

얼음이 돼 있는 사이 경철 고양이, 나름으로는 빠져 나갈 전략을 구상한 것인지 제 형이 잠시 빈틈을 보이는 사이 냉큼 바구니 위로 뛰어올라 원래 가려던 침대 아래로 숨어들 생각이었으나

대장 고양이, 뒤뚱거리며 걸을 정도로 커다랗고 빵빵한 넥카라를 하고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달아나려는 녀석보다 한 발 앞에 서서 길을막는다. 사실 아까는 공격할 생각으로 의자 밑의 동생을 살핀 것이 아닌데 집사가 제 풀에 놀라 넥카라를 씌운 것이 오히려 대장 고양이의 심기를 자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바구니 위에서 스텝이 꼬인 경철 고양이]

앞을 막아서는 형의 서슬에 좁은 바구니 위에서 안절부절, 끝내는 스텝이 꼬이고 말았지만 막간을 이용해 호다닥! 침대 아래로 달아나는데 성공,

[침대 밑으로 들어간 동생을 약이 올라 들여다보는 대장 고양이]

철수 고양이, 놓칠세라 따라 들어가다 아이고야~ 저 커다랗고 빵빵한 넥카라가 침대 아래로의 진입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꼬방시다(고소하다의 경상도 사투리) 이넘 자슥!

[침대 밑에서 빠져나와서도 겁에 질린 자세로 형의 눈치를 보는 경철 고양이]

반면 경철이 한 육각형 넥카라는 사이사이에 있는 박음질 때문에 부드럽게 접혀서 낮고 좁은 곳으로 들어가는데 전혀 방행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고양이, 그렇게 쫓겨들어가고 금새 또 밖으로 나와보는 이 심리는 무엇일까?

[넥카라 때문에 걸음걸이가 이상해지 경철 고양이]

이 전 넥카라보다 훨씬 더 큰 걸 썼으니 걸음걸이가 ㅋㅎㅎ - 발을 마치 연극하는 것처럼 과장스레 들어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넘넘 귀여운데 정작 본묘는 넥카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제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가 없어 헛발 디디듯 허공을 더듬어가며 걷는 것이다.

[엄니, 내게 왜 그래여? 하는 눈빛으로 집사를 보는 경철 고양이]

그렇게 어렵게 걸어 겨우 바구니에 자리잡고 앉았는데 넥카라 한 것도 불행한데...

[형이 다가오자 겁에 질린 표정을 하는 경철 고양이]

이 형이란 넘이 아직도 억울하게 넥카라를 쓰게 된 분풀이를 어떻게든 제 동생에 하고 싶어 다가가니 아직 밖으로 나오기에는 이르다는 걸 깨달은 경철 고양이 다시 침대 밑으로 호다닥~

[동생 쫓던 형 고양이 침대 아래 바라보기]

이건 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도 아니고 넥카라 때문에 침대 아래는 엄두도 못 낼 신세가 된 철수 고양이 망연자실 제 동생이 숨어든 침대아래를 노려보고만 있다. - 이 모습이 아무리 예뻐도 오래 두고보며 즐길만한 장면은 아니다. 고양이에게 넥카라란 구속, 어쩌면 인간에 채우는 수갑보다 더 불편할 것이다. 성춘향이 목에 찼던 칼, 아마도 그 정도일 것이라 짐작이 된다. 결국 철수 고양이는 이 장면을 끝으로 넥카라를 벗게 되고 경철이는 집사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풀어 주었다. 미안타... 그래도 착복식을 해야 만들어 주신 이모야에게 작은 인사라도 되지~

 

이로써 어제 못다 보여드린 장면들을 얼추 정리했다. 더불어 고양이가 넥카라를 쓸 일이 생긴다는 건 이런 착복식 외에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니 앞으로 야아들이 넥카라 한 모습을 보여드릴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봐도 경철이와 꽃잎같은 넥카라는 예술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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