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넘과 잘 생긴 넘

경철 고양이 약 먹일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다 보니 - 위장에 부담을 주는 약이니 만큼 너무 빈 속에도 금새 먹어 꽉 찬 속에도 먹이는 것이 좋지 않으니 좀 먹고 슬슬 소화가 되기 시작하는 시각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 자정을 넘겨 버렸다. 시각이 이렇게나 되고보니 오늘은 간단하게,

[예쁜 넘]

이 녀석은 철수에 비해 멀리 찍을 기회가 현저히 적다. 왜냐하면 침대 아래에 숨어있지 않은 시각에는 집사 발 밑에 마치 목줄이라도 한 것처럼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갛게 올려다보는 얼굴이 어쩌면 이리도 완벽하게 예쁜지!

[이 고양이는 귀가 찌그러졌어도 예뻐요, 예뻐~]

사람 같으면 기형이 돼 버렸는데도 그런 것 따위는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 이 맑은 미모를 어쩌랴~ (똥딱지 달고 다니는 똥꼬를 보면 확 깨지만 ㅋㅋ)

[완벽하게 잘생긴 넘]

이 잘 생긴넘은 사진이 잘 안 받아 그렇지 실물을 보면 정말이지 나무랄 데 없이 잘 생겼다. 나이가 드니 대장답게 철 든, 근엄하고 무게있는 표정이 더더욱 잘생김을 보태고 있다.

['흥, 잘 생긴 거 알아보는 눈은 있어가지고!'며 잘난척을 한다]

잘난 척한다고 남들은 욕하거나 말거나 내 눈에는 잘난 척할 자격이 있을 만큼 잘 생겨 보인다 ㅎ~

[집사를 정면으로 올려다 보는 예쁜 고양이]

"엄니, 그런데 저 시키 저기 저렇게 올라가 있어 돼여?" 예쁜 고양이가 제 형이 하는 짓을 일러바친다. 철수가 어디에 어쩌고 있길래?

[집사 일감 위에 올라앉은 잘생긴 고양이]

고양이 못 올라오게 하려고 받침대 상자까지 만들어놓고 지끈 작업을 하고 있건만 저 곳이 안전하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집사가 지끈질 하는 꼴은 절대로 방해하지 않으면 이 고양이 입에는 가시가 돋는 모양이다.

[이 장면 직후 까불다가 바닥으로 추락한 대장 고양이]

집사 일을 방해 하면서도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게 오래도록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면 집사는 더러 다른 일을 시작 하기도 하는데 이 날은 다행스럽게도 저 위에서 뒤척거리다 바닥으로 벌러덩 나자빠져 집사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ㅍㅎㅎ

[너 이 시키, 나오기만 해 봐라]

벌러덩 자빠진 탓을 동생에게로 돌리고픈 치사한 대장 고양이, 죄 없는 동생을 의자 밑으로 밀어넣고 딱! 지키고 앉았다.

[상황이야 어쨌든 집사는 두 형제가 나란히 찍혀 기쁘기만 하다]

"철수야, 동생한테 또 왜 그래?" 하니 "엄니도 똑 같아여!" 하듯 반항스런 눈길로 돌아보는 잘 생긴 고양이와 "엄니, 나 좀 살려줘여~"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는 예쁜 고양이 - 이렇게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오늘 또  다시 각자의 완벽한 미모로 집사의 안구와 영혼을 정화 시켜주었다. 고마운 것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