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고양이들을 제 발로 나타나게 하는 묘약

우리집 고양이 형제들이 아침 저녁으로 영양제를 강제로 삼켜야 한다는 건 무척 자주 이야기 한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아침 밥상을 받은 고양이 형제

관련 됐지만 오늘의 주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 안타깝게도 이 영양제를 통한 "면역력 올리기 요법"으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 하기에는 역부족인가 하는 느낌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이제 만 5 개월째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억지로 약을 밀어넣는 폭력 아닌 폭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철수의 탈모, 알러지 상태는 조금도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고 경철의 귓병은 현재로서는 재발의 조짐이 없지만 여전히 아슬아슬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반드시 귀청소를 해야할 정도로 귀지가 차고 가려워 한다.

아침을 먹다가 집사를 돌아보는 하얀 고양이

고양이 형제의 아침 밥상을 나란히 차려주고 두 녀석 모두 먹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후 집사는 아침에 먹일 영양제를 소분하러 부엌으로 나갔다.

앗, 그런데 영양제를 들고 들어오니 약을 삼켜야 하는 장본묘들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집사로서는 매일 아침 겪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좀 성가시기는 하다. 왜냐하면 제 발로 걸어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딴 일을 하다 보면 약 먹을 시간이 너무 늦어져 윤활제로 함께 부어온 츄르가 꾸들꾸들 마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츄르에 닿은 캡슐이 불어서 터져버리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회를 엿봐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앉은 고양이

집사가 얼굴부터 디밀면 더 겁을 내기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디밀어 무작정 셔터를 눌렀더니 하얀 넘 얼굴이 찍히리라 기대 했는데 엉뚱하게도 경철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약을 먹어주는 철수가 이러고 등까지 돌리고 엎드려 있다.

약 먹기 싫어 외면 하는 고양이

방향을 바꿔 얼굴을 찍어보려 종이 커텐을 젖히고 카메라를 들이미니 외면~ "내 눈엔 암 것도 안 보이오~"

거봉 같은 눈동자를 한 고양이

"철수야 왜 그래, 맨날 먹는건데..." 했더니 고개를 돌려 집사 목소리에 반응을 하긴 하는데 "정말로, 진짜로 약 삼키기 싫으다"라는 말이 커다란 두 눈에 외롭고 슬퍼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또렷이 쓰여있다. 딱한 내 시키... 이런 눈빛 때문에 집사는 사 둔 것만 다 먹어보고 이제 슬슬 꼭 필요한 것들로만 먹는걸로 정리하자꾸나, 마음 먹는다.

침대 아래에 숨어 집사를 외면하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를 살피는 사이, 이 하얀 쫄보 고양이는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저한테로 옮겨가자 안절부절, 왔다리갔다리...

약 먹일 시간이 되자 숨어버린 고양이

"엄니, 내를 또 끌어낼거가?"

침대 밑에 숨어 고집스런 표정을 짓는 고양이

"어림도 없다, 나는 오늘 절대로 안 나갈끼닷!"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엎드리며 고집스런 눈빛을 보낸다. 저 것은 동시에 자신은 집사의 힘 앞에 무력하다는 걸 알고 있는 눈빛이기도 하다. 그래, 정말이지 너 때문에라도 영양제 가짓수를 줄이긴 해야겠다... 눈빛 때문이 아니라 이 녀석이 몇 종의 영양제에 대단히 무른변으로 반응을 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엄니에게도 너희들을 스스로 걸어나오게 할 묘약이 있다.

간식을 보고 침대 위에서 뛰어내리는 고양이

바로 요렇게 후다닥 침대 위에서도 캣폴에서도 뛰어내리게 할 만한 묘약이 말이다!

고양이 영양간식 치유치유[이걸 보낸 옆집 이모에게는 할 말이 많지만 닥치고 무조건 감사히 잘 먹이고 있다]

이 물건이다. 치유치유 신묘환 츄르 - 내 경제력으로 감당 하기에는 비싸도 너무나 비싸서 약 먹일 때 윤활제 이 외에 간식으로는 결코 줄 수 없는 것인데 며칠 전 아이들의 옆집 이모야가 열 봉지나 한꺼번에 보내주셔서 오늘은 이걸 한 스틱씩 넉넉하게 나눠주며 침대 밑에서 자발적으로 걸어나오게 만들 셈이다.

나란히 서서 간식을 먹는 고양이 형제

ㅋㅋ 작전 100% 성공적! 그릇에 한 스틱씩 나누어 담고 침대 밑으로 두 개를 들이밀었다가 살살 냄새를 맡는듯 할 때 꺼내와 즈들 간이 식탁에 놓아주니 자동으로 이끌려 나온 모습들이다.

간식 먹는 고양이 형제

경철이 살짝 먼저 도착하기도 했지만 먹는 건 역시 경철이가 월등하게 빠르다. 

고양이 형제 간식 시간

그리고 철수 고양이도 경철 고양이가 두 발짝 쯤 멀어지는 시간 동안 그릇을 다 비우고 고개를 든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츄르

치유 츄르를 보내 준 옆집 이모야 덕분에 이 날은 신경전 없이 훨씬 수월하게 약을 멀일 수 있었다. 사 주는 사람에게 화까지 낼 정도로 비싼 이 물건이 그나마 제 값을 다해 숨은 고양이들을 스스로 나타나게 하는 묘약이 되어주니 나로서는 이래저래 감사할 따름이다 ^^;;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