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집사는 해마다 겨울이면 잠옷 대란 - 다른 냥집사들은 뭘 입고 자나?

잠옷이란 무릇 대단히 패션에 대해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거나 허름하고 편한 것 걸치고 자면 그게 바로 잠옷이란 걸 '나는 서민이다'생각 한다면 부인할 사람들이 몇 안 되지 싶으다. 그런데 서민 중에 서민인 나는 이 고양이 형제의 집사가 된 후로 해마다 겨울만 오면 잠옷 고민에 빠지게 된다.

새로 산 집사 잠옷 위에 선 고양이

이유인즉, 이 고양이 형제는 겨울만 되면 밤잠 들기 직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세 식구가 완전히 곯아떨어질 때까지 한 녀석 당 집사 팔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상태는 곧 집사가 배 또는 허리 위로는 이불을 덮을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왜냐하면 이 두 녀석들은 절대로 이불을 덮지 않기 때문에 나 춥다고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씌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목디스크 때문에 팔뚝으로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웬만한 두께의 옷을 입어도 윗팔은 곧 동상에라도 걸릴 것처럼 시린데 그런 상체를 이불로 보온을 할 수 없는 겨울이 10 개가 돼간다 ㅜ.ㅜ

새로 산 집사 잠옷 냄새를 맡는 고양이

그래서 그 동안 시험해 본 것이 패딩, 직접 짠 니트 등이었는데 패딩은 이불을 대신하기에는 보온력이 떨어지고 게다가 서걱서걱 불편해서 안 되겠고 내가 짠 니트는 그럭저럭 입을 만한데 이걸 세탁이라도 하면 하도 두꺼워 건조기가 없는 이상 하룻밤 정도는 입을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찾아 헤매기 시작한 것이 플리스로 된 쟈켓인데 이것들은 가볍고 따뜻하긴 하지만 팔이 좁아서 안에 두껍게 입고 그 위에 입으면 마치 팔이 소세지라도 된듯 꽉 끼어 불합격! 이렇게 매 년 잠옷 때문에 헤매고 또 헤매다가 며칠 전 드디어 유행에 힘 입어 소매가 풍성하게 디자인 된 롱 뽀글이 플리스 원피스를 발견하게 됐다.

집사의 새 잠옷이 마음에 드는 고양이

얼마였더라... 3만 원 이하, 2만 원 중반대였던 것은 확실하다. 도착해서 풀어놓으니 호기심 대마왕 철수 고양이가 먼저 검수에 들어가시더니 새 옷의 화학약품 냄새가 마음에 들었을까 풀썩 자리를 잡고 앉아 버린다. 그 모습을 본 지나가던 경철 고양이,

고개를 내젓는 하얀 고양이

정작 본묘는 냄새도 한 번 맡아보지 않고 "햐아~ 이 시키 취향 한 번 희한하네" 하듯 머리를 흔든다. 원래 경철 고양이는 원단의 재질을 상당히, 대단히 가리는 편인데 뽀글거리는 양털 느낌의 원단을 대단히 싫어한다. 그걸 마치 다른 동물의 털로 여겨서 그런가 싶은 것이 아기 때는 이런 재질의 천에 조심스럽고 의심에 찬 솜방망이질도 가끔 하곤 했던 때문이다.

집사의 새 잠옷에 다른 반응을 보이는 고양이 형제[집사의 새 잠옷에 보이는 고양이 형제의 상반 된 반응]

"췌, 이게 머 어때서? 따숩고 좋기만 하구만" 하는듯한 철수 고양이의 태도에 반해 저만치 물러선 경철의 표정으로 봐서 이 옷에 대한 호감도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짐작 된다.

그루밍 하는 하얀 고양이

일단 한 번 세탁은 하고 입어야 하니 집에서 늘 쓰던 익숙한 세제 냄새가 나면 그 때 가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혀 제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집사 잠옷 위에 앉은 고양이

저 새치름한 표정 좀 봐라... 집사는 겨울마다 이불도 못덮고 시린 팔을 견디며 잠들게 하면서 어렵게 구한 잠옷, 누가 저더러 입으라 했나 "난 그거 정말 싫소!" 라는듯 외면하는 꼴이라니!

그리고는 "에퉤퉤!" 하듯 연신 그루밍을 해댄다. "별 꼴이얏!" 철수 고양이의 두 귀가 말하고 있다 ㅋㅋ

경철 고양이는 집사가 입으면 태도가 달라지리라 믿고 (즈들 방석도 저런 원단으로 된 것이 있는데 그건 또 사용하니까)아직은 착복식을 하지 않았으니 모르겠지만 찬물에 세탁하니 줄어들지도 않았고 보온성만 보장 된다면 뻥소매의 유행이 지나기 전에 두어벌 더 쟁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고양이 한 마리씩 양팔에 끼고 한겨울에 시린팔을 견뎌야 하는 냥집사라면 이 사정을 이해할까, 별난 고양이들과 살다보니 남들이 하지 않는 이런 희한한 고민까지 하게 되네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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