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스크래칭도 눈치 없이 하면 생기는 일

고양이들은 일상적으로 스크래칭을 한다. 그래서 집사들은 이런저런 곳에 스크래처를 놓아주기도 하고 나처럼 캣폴이나 여타 가구에 스크래칭용 줄을 감아 주기도 한다. 더구나 캣폴 기둥에 스크래칭용 면줄을 감아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양이들이 그것을 즐겨 이용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스크래칭 하는 하얀 고양이

그런데 그런 스크래처도 제 맘대로 할 수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있다는 것을 인간도 고양이도 처음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 경철 고양이가 거기에 스크래처가 있고 늘 하던 것이니 아무 생각 없이 캣폴 기둥에 만들어진 스크래처에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스크래칭을 하고 있었다.

해먹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고양이

경철 고양이가 스크래칭을 하던 캣폴의 최상층 해먹에는 우리의 대장 고양이 철수가 아래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뭔가를 느끼는 듯한 고양이 표정

아뿔싸! 경철이도 집사도 동시에 '이거 큰 일 났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아마도 철수는 노곤노곤 밀려오는 졸음의 달콤한 유혹에 막 빠지려던 참이었던 모양인데 경철이 스크래칭의 진동이 당연히 전달 됐겠지...

'달아나야 한다!' 이 또한 집사와 경철이가 동시에 생각한 것이다.

책상 아래에 숨은 고양이와 뛰어내려오는 고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상황은 이 만큼이나 진전을 보였다. 진짜로 뛰어내려오고 숨고 하는 것 사진 찍을 사이도 없이 전광석화처럼 상황이 진행 됐다. 배털, 관절털 모두 빠진 꼴이지만 대장 고양이의 기개 만큼은 여전하다.(바로 이럴 때 연사가 필요한데 미러리스 정도로는 연사 따위 꿈 꾸면 안 된다 --;;)

책상 아래의 동생을 노리는 형 고양이

"야 이 시키, 너 방금 머 했어?"

형의 협박에 잔뜩 겁에 질린 동생 고양이

"머... 난 그냥 스크래칭 했자나. 니가 자는 줄 알고 한 건 아이다..." 경철 고양이가 귀를 한껏 뒤로 낮추고 일부러 한 짓이 아님을 애써 어필 하지만

동생을 공격할 다른 방향을 찾고 있는 형 고양이

달콤한 낮잠에 빠지려던 바로 그 순간에 아래에서 드륵드륵! 했으니 입장 바꿔 생각해도 화가 날 만 하다. 

나도 잠에 몹시 어렵게 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잠에서 깨워지는 것이 세상 둘도 없이 분할 때가 많아서 너무나 빠르게 철수의 분노가 납득이 된다.

동생 고양이가 달아나자 득달같이 따라 붙은 형 고양이

경철 고양이, 잘못을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 형이 적어도 화가 났다는 것쯤은 이해를 하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보지만

바닥에서 얽혀 싸우는 고양이 형제

두 걸음도 못 가서 대장 고양이에게 깔리고 만다.

민첩할 것 같지 않은 경철 고양이도 빠져 나가는 기술 만큼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뚱뚱해서 민첩할 것 같지 않은 경철이도 실은 위기에서 빠져 나가는 기술 만큼은 만만치 않다. 사실 철수가 목덜미를 물고 늘어지면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만 그런 극단적인 기술은 대장 고양이 체면에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아서 경철이는 오늘도 탈출에 성공, 형 손톱에 뜯긴 하얀 털을 바닥에 휘날리며

열렬히 싸움 중인 고양이 형제

의자 아래로 숨는데 성공. 여기에 숨으면 철수도 이리저리 뜷고 들어갈 길을 찾아보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

철수가 한 발 물러나자 의자 아래를 빠져나온 경철이 "에이, 그래 배 째라!"며 제 형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실로 이 중간에 찍은 컷이 십여장이 넘어 갈 정도 꽤 긴 시간이 흐른 후 철수 고양이의 귀가 뒤로 제껴진다. 생각이 바뀌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으려나?

집사의 짐작이 맞았다. 아직도 분은 덜 풀렸지만 길게 빼봐야 소용 없다는 걸 인식하고 물러나는 눈치다.

뚱뚱하지만 얍삽(?)한 하얀 고양이는 호다닥 침대 아래로 몸을 숨겼다

그 사이 이 뚱뚱하지만 얍삽(?)한 하얀 고양이는 호다닥 침대 아래로 몸을 숨겼다.

침대 아래에 숨은 동생을 일별하는 대장 고양이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걸 괜히 호다닥 숨는 경철의 동작에 이 대장 고양이 다시 한 번 "저게 봐줘도 끝내 저 지롤여!" 하듯 일별을 하더니

방 밖으로 빠져 나가는 고양이의 꼬리

"내가 지고 말지..." 집사 눈에 꼬리를 늘어뜨린 뒷모습에 오래오래 남는다.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는 하얀 고양이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인제 끝났나...?"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는 하얀 고양이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화난 얼굴로 돌아오는 태비 고양이

방 밖으로 나가봐야 상대해주는 다른 식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금새 되돌아오는 철수 고양이의 모습에 아까의 길게 늘어뜨린 꼬리가 오버랩 돼 마음이 찌잉~  "쩔쭈 이리와~" 집사가 부르니 마침 위로가 간절히 필요했던지

꾹꾹이 하는 태비 고양이

단 숨에 뛰어올라 눈을 감고 열꾹꾹이 중이다.

이마를 긁어주니 고로롱 송을 부르는 하얀 고양이

충분히 시간이 지나 형이 진정 된 걸 알아차린 경철이도 침대 위로 올라왔다. 이 녀석 또한 왜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제 형에게 한 바탕 호되게 당했으니 당연히 위로가 필요하다. 등 돌리고 엎드린 녀석의 이마를 긁어주니 금새 고롱고롱 노래를 부르며 집사를 올려다 본다. 


그랴, 늘 하던 스크래칭도 눈치 없이 하면 이런 치도곤이도 당하는 법이여~ 삶은 누구에게나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언제 어떻게 해야 눈치껏 행동하는 것인지 가늠이 어려운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 인간에게나 고양이 모두에게 문제이긴 하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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