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현관 곰팡이 공사는 지난 일요일까지 진행 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요일까지가 아니라 이 주 에 걸쳐 일요일마다, 였는데
지난 일요일, 집주인이 페인트 칠을 시작 했을 때였다. 철수는 누군가가 현관으로 들어섰다는 걸 알아차리자 마자 최대한 밖이 잘 내다보이는 캣폴 칸에 올라가 누가 들어오나,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니 나를 향해 묻는 얼굴을 한다 "엄니는 누가 와서 무엇을 하는지 아셔요? 알면 좀 갈쳐주시고~" "응, 아무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지 싶다. 아무리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라도 이것이 어떤 상황이라는 걸 이성적으로 이해 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러다 제 동생 꼴이 눈에 들어오니 순식간에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기 시작한다. 왜? 경철 고양이가 도대체 어떤 꼴로 있길래?
이런 꼴로 있었거등~ ㅋㅋ 이 표정하며 자세까지 어쩌면 이리도 세상 편안하고 나른한지,
와중에 집사가 가까이 왔다고 눈이 검실검실 웃기까지 하다가
"에이, 세상 참 지겹도록 조용타, 후아~
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지 싶도록 하품을 째지게 해제끼니
"이 시키가 점점?!" 한 쪽 귀는 바깥 사정을 경계하는데 쓰느라 여전히 그 방향으로 열어놓고 얼굴은 제 동생을 향했는데 저 엄근진 눈빛 좀 봐라~
"저거저거 제대로 한 번 맛을 봐야 정신 차리겠나...?" 도대체 봐 줄 수가 없다는듯 험악한 표정이 됐다가
"그래, 네깟거한테 집구석 지키길 바라는 내가 바부지" 이내 체념한 표정이 된다.
자주 말 했지만 이 두 고양이 형제는 한 배에서 태어난 5 남매 중 맏이와 막내인데
사실을 알고 보면 경철 고양이가 찍!소리도 못 듣는 난청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당연한 일인데 들리지 않는 세상도 있다는 걸 철수 고양이는 꿈에도 이해를 못하니 저런 비난의 눈빛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난청이자 막내 고양이도 제 형이 가만히 있는 저한테 갑자기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시선으로 형에게 되쏘는데, 암만 해도 형의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 뭔가 제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연이 있는 모양이라고 느꼈는지
"엄니, 쟤 왜 저래요? 제가 머 잘못한 것 있슈?" 몹시 난처한 표정이 돼 집사를 돌아본다 - 집사는 아이의 장애를 탓할 수 는 없으니 "너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맏이와 막내의 차이일 뿐이야~"로 깔끔하게, 인간답게 정리를 했다.
그래도 엉아가 레이저 눈빛을 게속 쏘아대자 "우이씨!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아무튼 더럽게 불편하네..."며 부스스 일어서 엉아의 시야에서 벗어난다.
"저거저거 끝까지 말을 못 알아듣고...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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