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라서 다행이기보다 겨울이라서 다행이야

아기 때를 제외 하고는, 정확하게는 이 집으로 이사오던 그 해부터 우리집 고양이 형제의 사이가 그닥 안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나이 탓인지, 집 구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이 집에 나쁜 기운이 흐르는 탓인지(우리집 창을 둘러가며 고압전선인지 뭔지 두꺼운 전깃줄들이 몇 겹 씩이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은 집사인 나도 모르겠다. 

앞위로 나란히 서있는 고양이 형제

나는 그저 단순히 풍수지리적으로, 또한 건강에도 이 집이 모든 나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위에 말한 전선 뿐만 아니라 삼거리 모서리에(삼각형의 꼭지점) 위치한 집에다 우리집 창문은 동향이 하나 서향이 하나 나머지 4개의 창들은 모두 북향이라 곰팡이가 사는 집에 우리가 얹혀사는 꼴이기 때문이다. 

마주 보는 고양이 형제의 긴장감

이유야 어찌됐건, 두 형제가 서로 마주보기만 해도 긴장감이 좔좔 흐르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지경이 됐는데...

나란히 잠 자는 고양이 형제

가을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하자 어느 시점부터 서로 똥꼬를 붙이고 엎드려 잠을 자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이렇게 옆으로 나란히 자세로 한 넘이 고스란히 다른 한 넘의 똥꼬 냄새를 맡으면서 사이좋게 자는 모습을 보는 일도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평화롭게 잠 든 고양이 형제

두 녀석 모두 제법 깊이 잠들어 있다. 아이들 사이가 좋았을 때 집사는 이런 모습에 급힐링을 받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이 정도의 장면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마음 아픈 내 고양이

늘 형이라고, 치댄다고(명랑한 기질이기 때문에 엄청 치대는 편이다), 들린다고 등, 온갖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짠한 시키... 꿈 속에서라도 저와 성향이 맞는 집사와 재밌게 뛰어 놀고 있기를.

귀여운 내 고양이

그리고 이 시키는... 힘으로 제 엉아에게 밀린다는 이유로 집사의 온갖 보호를 다 받고 있기 때문에 자는 모습 또한 짠한 기운 다 빼고 세상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똑 같은 모습으로 잠 자는 고양이 형제

형제 아니랄까봐 어쩌면 누운 방향도 구부려 넣은 두 손도 모양이 저리도 똑 같으냐 ㅋㅋ~

그루밍 하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 고양이

그러다 잠에서 깨면 철수는 열 그루밍, "철수야 쫌!" - 이 모든 장면을 코만 낮추어 이윽히 제 형이 하는 짓을 내려다 보던 하얀 고양이,

침대 위의 고양이 형제

"엄니, 참 속 상하겠슈..." 강 건너 불 구경 하다가 당사자와 눈이 마주치니 인사치레로 한 마디 위로를 건네는 듯한 눈빛이다. 집사의 일갈을 고스란히 혼자만 알아들은 철수는 급 엎드림...

밥을 뺏고 빼앗기는 고양이 형제

그리고 침대에서 빠져나오면 언제나 이런 장면 - 즉, 철수가 먹고 있는 밥에 경철이가 입을 디밀고 끝내는 철수가 어쩔 수 없이 물러나오는, 그러나 정말이지 못마땅함의 두 귀와 눈 모양. 이런 장면이야 사계절 반복 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 치지만(물론 집사가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는 몸으로 블로킹 해 철수가 상처 받지 않게 배려한다) 그나마 겨울이라 엉덩이를 남에 입에 들이대거나 말거나 뭐라도 서로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야말로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기보다 겨울이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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