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형제의 같은 공간 다른 세상

어제 철수 고양이가 하염없이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드렸는데

무엇을 기다리는 듯한 고양이

사실 이걸로 한 없는 짠~함이 끝이 난 게 아니었다.

우아한 하얀 고양이

다른 한 고양이는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에 비닐이 펄럭이건 말건 하나도 안 들리니 그야말로 우아함,

이불에 파묻혀 졸고 있는 고양이

평화로움, 한가함, 도도함까지 다 뽐내시다가

하얀 고양이 깊이 자고 있다

종내는 겨울이라 두 배로 두터워진 이불에 포옥 파묻혀 그야말로 아기 같은 모습으로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는데

느리게 움직이는 고양이

중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았던 철수 고양이, "이제는 안 오려나보다" 했는지 침대 위로 뛰어올라서는

느리게 자리에 앉는 고양이

슬로우모션이 따로 없다, 느리게 느리게, 고양이답지 않게 자리를 고르지도 않고 그냥 뛰어오른 그 자리에 그대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식빵 자세로 앉은 고양이

그리고는 다시 집사를 외면한 자세로 고개를 꼬으고 네 팔다리는 모두 몸 아래로... 식빵자세, 고양이들의 전형적인 자세라고는 하지만 고양이가 명랑한 상태일 때는 거의 하지 않는 자세이기 때문에 나는 특별히 내 고양이가 이런 자세를 하면 살짝 심장에 스크래치가 난다. 내성적인 경철 고양이가 이 자세를 할 때보다 명랑한 철수 고양이가 이 자세를 하면 집사 마음은 늘 더 "왜 왜? 미안..." 그래진다.

깊이 잠이 든 아기 고양이[새 카메라에는 눈에 대고 볼 수 있는 뷰파인더가 있어 아날로그 느낌으로 돌아가보려 찍은 장면이지만 난 그 새 디지털 할매가 된 건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제 형이 뛰어오르는 진동도 못 느낄 정도로 깊이 잠이 든 아기 고양이. 

외로워 보이는 고양이

하얀 아기 고양이의 평화로움에 셔터를 눌러대며 한참을 빠져있다 고개를 돌리니 이 미니 호랑이는 어느 새 자세를 바꿔 꺼리까지 모아 붙이고 지 엄니를 바라보는 분빛이란... 식빵 자세보다 더 사람 마음 더 환장하게 만든다, 하아... 

또아리를 틀고 엎드린 고양이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틀림없는데, 그게 무엇인지 짐작을 하면서도 채워줄 수가 없다... 시근이 멀쩡한 고양이, 저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체념한듯 잠이나 자자고 작정한듯 스르르 눈을 감는다.

고양이 형제

이 무슨 같은 공간 다른 세상에 사는 고양이 형제의 장면이랴... 같은 부모 밑에 나고자라 다 같은 마음이고 비슷한 묘격이라 믿어지기 십상이지만 같은 싱글베드에서 펼쳐지는 이 편한 세상이 아니라 이 다른 세상, 고양이들도 이런데 하물며 인간들이랴...

눈꼽 낀 고양이

그리고 이건 다음 날이다. 인간이라 목욕이란 것을 오랜만에 시간 들여 하고 들어오니 철수 고양이가 침대 위, 테이블과 쿠션 사이에 자리잡고 인간이 꼭 앉아야 하는 자리에 눈을 꼬나 뜨고 앉아 절대로 비킬 생각이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경철 고양이는 위에서 보인 그 모습 그대로 온 종일, 몇날며칠) 그런데 인간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야, 니 눈에 그게 머야?" 진짜로 철수 평생에 처음 보인 기분 나쁘도록 습하고 하얀 눈꼽이었다.

집사의 자리를 차지한 고양이

고양이 눈꼽 닦아주는 건 일도 아니지만 닦아 주기만 해서 되는 일인지 이 아이가 요즘 보이는 모든 행동과 느낌... 눈꼽을 닦아주는 것만으로 소위 "엄니" 된 자는 그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인지... 철수 고양이는 결국 비키지 않았고 인간이 쿠션들을 치운 후 겨우 테이블 앞에서 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자세를 잡으니 이 때닷, 등을 돌린후 인간 허벅지를 베고 아주 푸욱~ 잠이 들어버린다. 고양이가 등을 돌리는 것은 "안심"이라는 뜻으니 그나마 내 존재가 위로가 된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