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꾹꾹이 하는 고양이와 발레리노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원래 철수 고양이보다 2박자 빠른 템포로 꾹꾹이를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하는 고양이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꾹꾹이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밤 잠 자기 전 행사인 꾹꾹이도 겨우 서너 번? 2, 3초 하다 말고 뱅뱅 돌며 누울 곳을 찾는다.

야아가 왜 이리됐을까 생각해보니 작년에 귓병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고 수술, 약 먹이기 등을 거치면서 서서히 꾹꾹이가 줄어들기 시작해 그 약 먹이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영양제 먹이기가 이어지니 이제는 집사 곁에 오기도 싫고 오고 싶더라도 뭔가 한편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나 보다, 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귓병은 간간이 재발되고 있다)

집사를 보면서 이불에 꾹꾹이 하는 고양이

그렇다고 이 고양이가 집사에게 정이 완전히 떨어진 것은 아니어서 본묘가 한가히 엎드려 있는 시간에 집사가 눈앞에 나타나면 엄니가 왔다는 반가움에 눈은 집사에게 꽂아놓고 대놓고 이불에 꾹꾹이를 시전 하신다. 바구니에 앉아있을 때는 바구니 테두리를 붙잡고 꾹꾹! 이럴 때면 저녁마다 골목을 울리던 울엄니의 퇴근하는, 여성 특유의 구둣발 소리가 떠오른다. (이걸 두고 늘 울 외할머니는 "이 냔은 지 어미 구둣발 소리만 가려듣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라고  욕인 듯 아닌 듯 아리까리한 말씀을 자주 하셨었다)

이불에 꾹꾹이 하는 고양이

고양이의 꾹꾹이는 어미에게서 얻는 안정감과 신뢰, 평화로움의 표현이다. 그러니 만큼 잠이 자연스레 동반 된다. 집사를 보면서 꾹꾹이를 해야 하는데 이 넘의 눈꺼풀이 말을 듣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 하지 않았던가, ㅎㅎ

편안히 졸고 있는 고양이

눈꺼풀이 무거우면 자연스레 머리도 뒤따라 무거워지는 법! 다행히도 고양이들은 밀려오는 졸음을 억지로 쫓으려 애를 쓰지 않는다. 모든 것을 오면 오는 그대로 가면 가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두 팔을 앞으로 뻗고 잠 든 고양이

종내는 꾹꾹이 하던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나란히! 졸음과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제 팔에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들어버린다.

제 발을 감아쥔 고양이

한 편 이 발레리노 고양이! 미치고 환장하겠다 참말로... 좋다는 영양제는 다 갖다 먹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부터 빠지기 시작한 배털은 전혀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식이 알레르기를 의심한다는 의사 선생님 진단에 LID부터 하이포 알레르기 등 온갖 것들을 다 드려봤으나 드시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쓰레기... 

그리 보자해서 그런 것일까, 그 쓰레기를 먹고 나면 뱃살 그루밍을 한층 더하는 듯 보인다. 게다가 요즘에는 아예 스트레칭 하는 발레리노처럼 제 다리를 감아 들고 깍깍 씹어대기까지 하신다. 하지만 저 관절에 빠진 털들은 그루밍 때문이 아니라 틀림없이 어딘가 도사리고 있는 문제 때문일 것인데...

유난히 그루밍에 집착하는 고양이

곁눈으로 집사의 눈치를 살펴가면서도 입맛을 다실 정도로 그루밍에 열중하신다.

탈모를 겪고 있는 고양이

180도 쩍벌에 제 발목에 입을 대는 이런 자세를 보면 갈 데 없는 발레리노다... 하지만 하나도 예쁘지도 귀엽지도 않다.

오버그루밍 하는 고양이

샅샅이 도 하신다. 털이라도 있어야 빗으로라도 긁어주지. 하필 집사는 손도 늘 차가운 편이어서 저 민배를 따뜻하게 만져주지도 못한다. 그런저런 이유로 집사 입에서는 급기야 "철수야, 쫌!"이 터지고 만다. 

집사의 호통에 우울해진 고양이

집사가 왜 언성을 높이는지 금세 알아차리는 것이 더 짠하다...

집사 다리를 베고 잠 자는 고양이

그래도 집사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3초 안에 무릎은 언제나 이 고양이 차지다. 가장 따뜻하고 가장 편안한 곳이 어미 품이라는 것만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음 독하게 먹고 쓰레기 음식을 완전히 끊고 알레르기 대응식으로 나온 건사료만 먹여야 할 일인지, 그러면 또 물이 모자라 방광과 신장에 문제가 생기는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싶은 말들이 끝이 없지만 각설!

 

문득 어떤 초보 티스토리 어가 쓴 글을 지나가면서 본 기억이 난다. 자신의 글이 다음의 메인에 올라갔다고 메인에 불려 나가려면 "따뜻하고 긍정적인 글을 쓰라"라고 조언을 해 놓으셨던데, 그런가? 다들 그러고 사는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나는 불려 나가건 말건 내 속을 털어놓는 일에 이 블로그를 대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늘 어둡고 칙칙해 늘 이렇게 변방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내 관심사는 오직 내 새끼들의 안위뿐이고 자잘한 속내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이런 꼭지들을 쓰는 것이므로 남들이야 블로그에 무슨 목적으로 어떤 글을 쓰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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