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밥 뺏아 먹기도 사이좋게

경철 고양이가 늘 하던 행동을 하려고 슬슬 시동을 걸길래 집사 나름으로는 재빨리 순간포착을 하느라 제법 멀리 있는 카메라를 들고 후다닥! 했는데

밥을 뺏고 뺏기는 고양이 형제

그 사이에 장면은 이렇게 바뀌어 있었고 하도 급해서 초점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도 않게 흐릿한 윤곽만 잡혔다. 이야기의 시작은, 경철 고양이는 바닥에 밥을 줬고 철수 고양이는 즈들 식탁에 밥을 줬는데 늘 그렇듯 경철은 제 밥을 반쯤은 혀로 차서 바닥에 내던지고 모자라니 제 형 먹는 걸 뺏아 먹으려고 아무리 고개를 디밀어도 집사에게 가로막혀 그것이 불가능하니 급기야 식탁 위에까지 진출 하시고 철수 고양이는 그 서슬에 자리를 비켜주는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잡혔다.

식탁 위에서 먹을 것을 찾는 고양이

아이들의 나이를 의식하면 이렇게 식탐이 있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인지! 

식탁 위에 앉은 하얀 고양이

하지만 철수 고양이를 쫓아내기까지 하면서 남에 그릇을 뺏아봤더니 거의 빈그릇이다.  "이거 뭐야!?" 하는 저 눈빛!  ㅎㅋㅋ~ 경철 고양이는 특이하게 거의 빈그릇에는 절대 입을 대지 않아서 사실 제 밥그릇에 남은 것이 뺏은 저 밥그릇에 있는 것보다 더 많았다.

식탁에서 내려오는 하얀 고양이

실망한 약탈자는 다시 식탁을 내려오고

밥을 뺏기고 좌절한 고양이[언뜻 밥을 뺏겨 좌절 중인 장면으로 보이기까지^^]

원래 제 입에 맞는 밥은 설거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말끔히 비워 버릇하는 철수 고양이는 속 상한 마음을 남에 방석에 앉아 왼손을 타라락! 터는 걸로 달랜다. "어이~ 재섭는 넘한테 또 당했네"

그루밍을 시작하는 고양이

왼손 털고 기분이 덜 풀리니 오른손마저 한 번 더 털고 할 수  없이 그루밍을 시작하신다. 어쨌든 먹었으니 세수는 해야하니까.

고양이용 영양제

그런데 갑자기 이건 웬 약 그릇? 두 녀석에게 먹일 약 4알과 윤활제로 묻힐 츄르를 그에 걸맞게 짜와서 철수 고양이에게 먼저 먹이고 경철 고양이는 하 요리조리 도망을 다녀 시간을 두고 기다리고 있는데 첩첩첩! 경철 몫으로 남겨놓은 츄르를 어느 순간 철수가 거의 다 핥아 드셨음. 저나마 남은 것은 집사가 얼떨결에 "아이고 철수야~" 했기 때문인데 저깟게 뭐라고 더 가져오면 되는 걸 그마저도 못 먹게한 궁상스런 집사의 본능이 뒤늦게 후회스러웠다.

입술 핥는 고양이

그리고는 속이 션했던가 입술을 핥으며 뒷맛을 만끽하시는 중이다. 좋아하는 걸 즈들만의 방식으로 먹겠다는데 이걸 참 혼 낼 수도 없고. 아무튼 서로 뺏아먹는 것도 찍!소리 한 마디 없이 사이좋게~ 그래, 노략질도 느들처럼 평화롭게만 하면 까짓거 목 매달고 싸울 일 뭐 있겠노. 잘했다잘했다잘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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