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외로운 내 고양이

지난 일요일, 집주인이 드디어 현관의 곰팡이 제거 작업을 시작한 날이었다 (곰팡이에 대해서는 하도 여러 번 블로그에 하소연을 해서 더 상세한 설명은 생략)

그루밍 하는 하얀 고양이

현관 중문 밖에서 낯선 소리가 나거나 말거나 들리지 않는 경철 고양이는 게으름과 분주함 반반으로진짜로 오랜만에 침구를 바꿨더니뽀송뽀송 기분이 좋았던지 이불에 푹 파묻혀 그루밍을 하다가

책상 아래의 하얀 고양이

"왜여, 나 좋으라고 침구 바꾼 것 아녀요?" 그야말로 평온, 안락해 보이는 반면

마징가 귀를 한 고양이

학자들의 비유에 의하면 고양이는 "귀로 만들어진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 고양이 마징가 귀 좀 봐라... 원인은 집주인이 곰팡이 공사를 한다고 우리집 현관에 들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낯선 소리가 이 고양이의 귀를 날아가게 만든 것인데

낯선 소리에 놀란 고양이

시간이 좀 지나 드디어 벽지를 긁어내는, 사람이 들어도 짜증스러운 소리가 시작 되자 불에 데인듯이 놀라 침대 위의 책상과 쿠션 사이로 날다시피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고양이

정말이지 놀라자빠진듯한 표정이다. 고양이 멘탈이란... 이렇게 놀라고 불안해 하기 시작해 종일을, 밥을 줘도 먹으려다 보면 잠시 멈췄던 벽지 긁는 소리, 집주인 부부 이야기 하는 소리가 계속 되자 오후가 될 때까지 밥마저 굶다시피 하고 있어 

졸고 있는 고양이

일부러 TV소리를 견딜 수 있을 만큼만 높여 틀었더니 그나마 듣던 소리에 낯선 소리가 중화 돼 견딜만 하던지 현관 중문이 바라보이는 복도에 나앉아 저 소리를 내는 것의 정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슬몃 밀려오는 졸음에 눈을 검실거리다가

불안해 하는 고양이

다시금 반복 되는 소리에 휘릭!

제 턱을 긁는 고양이

"아니야, 괜찮아 난 괜찮아. 저깟 소리 따위..." 자신을 달래듯 민배를 드러낸 채 턱 아래를 긁다가 

불안해 하는 고양이와 태연히 밥 먹는 고양이

문득 다시 현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집사는 저 안 쪽에 천하태평, 밥을 드시는 하얀 고양이에게 일부러 초점을 맞췄다. 세상은 각 자의 시점, 관점에 따라 이렇게 천양지차인 것이다...

제 영역을 지키는 고양이

하얀 고양이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경험이 전혀 다른 이 태비 고양이, 밥을 차려놓고 번쩍 안아다 식탁 앞에 놓아도 다시 휘릭 캣폴에 뛰어올라 불안에 떨기 내지는 제 영역 사수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미심쩍어 하는 표정을 짓는 고양이

그 사이 어느 정도 일이 끝났는지 밖이 잠잠해지자 철수 고양이는 밥 먹으러 갔는데 들리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이 녀석이 제 형의 태도를 보고 밤이 돼서야 뭔가 심상찮음을 깨닫고는 뒤늦게 집구석 사수하는 표정이 돼 "왜 뭔데, 누군데?" 며 캣폴에 뛰어올라

캣폴 위의 하얀 고양이

"누구든, 무엇이든 오기만 해 부아~ 내가 확 마!"

비장한 표정의 고양이

"엉아, 걱정 마, 우리집은 내가 지킨다!" 표정 한 번 비장해 보이지만 사실 이 녀석은 제 형이 불안해 한다는 건 알면서도 "왜"인지는 짐작도 못하고 제 형 하는 짓을 따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은 늘 그렇다. 갑작스런 방문객이 있어도 철수가 놀라서 뛰기 시작하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덩달아 같이 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문 앞에 나앉은 고양이

락스 공사는 일요일 저녁으로 끝이 났고 중문이 봉인 돼 있으니 집주인이 들며나며 낮에는 냄새 빠지라고 현관문을 열어두고 밤에는 닫아주고를 반복하는 사흘째인 화요일, 문 여닫는 공기의 흐름에 비닐이 서걱거릴 때마다 이 고양이 이렇게 중문 앞에 나와 앉아 하염없이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의 고양이

고개를 외로 꼬고 앉은 처연한 모습... 이 고양이가 이런 모습으로 앉은 이유를 집사가 짐작컨데는 즈 큰이모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봄에 셀프 곰팡이 제거작업을 하며 막았던 중문 비닐을 여태 달고 있었는데 즈 이모가 문 열고 들어올 때마다 밀려들어오는 공기에 비닐이 서걱거렸기 때문에 그제도 어제도 비닐이 서걱거릴 때마다 이렇게 중문 앞에 나와앉아 하염없이, 하염없이... 고양이의 이런 행동이 이렇게 해석 되는 것은 내 마음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녀석들 내가 없을 때도 이런 모습이겠구나,를 생각하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지켜줘야지, 집사 가슴도 하염없이 하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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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2020.10.28 08:52 신고

    냥이는 언제나 사랑스럽죠 ㅋㅋ 공감 구독 ㅋㅋ 잘보고 갑니다

  • 반까버맘
    2020.10.28 14:44

    냥이들 옆태에 뒷태가 정말 그리움이란 단어가 묻어 있긴해요
    아 물론 저만의 해석이지만요...
    진짜로 누군가가 그리운건지도 몰라요....
    출근해 인터넷 메인에 넘 맘 아픈 기사를 읽어서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ㅜㅜ
    이모님 철수 보러 와주세요~~

    • 2020.10.28 16:17 신고

      그랬군요... 저는 동물 기사는 일부러 피해서 다녀요. 남들은 웃기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장난감 취급하는 장면들도 너무 많고, 슬픈 건 더더욱이... 고양이 외로움, 기다림 뒷태, 옆태가 특히 그래 보이지요 ㅎ;;
      이모는 현관 밖에서 줄 것만 주고 받을 것만 받고 휘릭 가버렸어요, 서방님이 기다리신다나 우짠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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