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지만 사람들이 흔히 듣는 소리가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이다. 그런데 우리집 고양이 형제는 말이다...
집사 닮아 그런지 평소에도 게으른 편이지만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더더욱 게을러져 하루종일 침대에 붙박힌 듯 아침에도,
저녁에도 이렇게 서로 엉덩이만 붙이고 엎드려만 있다. 서로 엉덩이라도 붙이고 엎드려 있으니 그것만 해도 집사로서는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기는 하지만.
"엄니, 배가 좀 고픈 것 같은데요...?"
"이 넘아,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거늘, 하루종일 침대에 배 붙이고 엎드려 있으면서 배가 고프다고라?"
그 소리를 이 하얀 난청 고양이 녀석이 들은 것일까? "와하하! 일 안 한다고 밥을 먹지 말라고라? 밥을 주시등가 마시등가 맘대로 해보시오!"하고 웃어제낀다. - 그랴... 고양이가 할 일이 뭣이겠니, 때 돼서 배 고프다는 신호만 제 때 해줘도 집사로서는 고맙기만 한 이 아이러니.
그래, 일 하지 않은자, 밥 먹어 밥! 사실 야아들이 가장 열심히 해야할 일은 밥 먹는 일, 그것 외에 무엇을 더바라랴... 더구나 하루하루 나이 먹어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짠하고 또 짠한 시키들인데.
밥을 먹고 나면 언제 일어나 있었냐는듯 각 자 제 자리를 찾아 자고,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철수 고양이는 해먹 대신에 캣타워의 바스켓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고, 또 잔다.
그리고 다시 밥 때가 됐다. 신호가 오기 전에 집사가 알아서 밥을 차려 놓으니 부르지 않아도 휘릭~ 침대에서 뛰어내린다.
맛있게 드시고
드시고 또 드신다. 아이고 이 넘에 시키들아, 온 종일 엎드려 있는데도 배가 고프냐~~ ?
집사의 중얼거림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내가 일케 일 안 하고 밥 먹는 게 티꺼우면 일거리를 주라고욧!" 눈을 땡그랗게 뜨고 반항스런 표정을 짓는 엉덩이에 뿔난 못된 고양이!
집사에게는 한 없이 순종적이기만 한 형 고양이 철수는 이렇게 되바라진 동생이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는 시선을 보낸다. 맞다!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누가 그랬냥? 고양이들에게는 그저 먹고 자고 그러다 잠시 집사에게 효도할 마음이 생기면 한바탕 뛰어주고 그게 가장 큰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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