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태비냥이라는 이유로 비자발적 모델냥이 돼 낮잠을 빼앗긴 고양이 철수

어제, 이 장면에서 두 고양이 형제의 나름 미스테리 스토리를 끝내고 한 발자국도 더 이상 스토리의 진전을 못보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언제나 그렇듯이 카메라를 바꾸면 다른 사람 눈에는 결과물이 똑같겠지만 쓰는 사람 눈에는 제법 커다란 차이가 있어 내 취향에 맞는 설정을 찾아낼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잡아낼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는 것. 오늘도 역시 그 지롤 중이라 아이들 스토리는 커녕 모델냥으로 점지 된 태비 고양이 철수만 집사의 불편한 시선을 내내 받아내고 있다 ㅎ;;

집사를 바라보는 태비 고양이[인간을 한심한듯 바라보는 철수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하얗기 때문에 대충 찍고 대충 보정을 해도 그런데로 결과물이 나오지만 철수 고양이는 색이 짙어서 자칫 사납거나 지저분한 느낌을 주게 찍혀 항상 이 녀석을 실물만치 준수한, 나무랄 데 하나도 없는 잘 생긴 고양이로 표현 해내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 고민이다. 아이 느낌을 사납고 지저분하지 않게 표현 하려면 사진이 위 모습처럼 전체적으로 뭉개지는 느낌이 들어 늘 고민이었는데

해먹에서 빠져 나오는 고양이[고양이가 집사를 배려해 일부러 동적인 장면을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핸드폰으로는 내 글을 잘 안 보는 내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그저께 답글 때문이었나 우연한 기회에  핸드폰으로 올려진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게 됐는데 컴퓨터에서 철수의 모습이 뭉개지게 표현이 돼도 핸펀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보는 이들은 모니터의 사정도 핸펀의 사정도 모두 다른데 말이다. 내 눈에 좋아보이면 되는 것인가, 그럴거면 블로그 머하러 해?

캣폴에서 내려오는 고양이

아무튼 그건 집사 문제고... 고양이의 움직임은 어찌하여 손 하나만 까딱해도 모두 그림, 예술로 보이는지? 이건 냥집사라면 누구도 "치이~ 웃기고 있네!" 하지 않으실듯?

캣폴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고양이

철수 고양이, 이런 저런 설정으로 연습을 해야하는 집사의 입장을 이해 한 것처럼 거의 하루종일 해먹에서 꿈쩍도 않는 녀석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 하신다.

졸고 앉은 고양이

금새 내려와놓고 앉자마자 졸려 죽겠다는 표정을 짓는 저 모습은 마치 머리가 베개에 닿기만 하면 코를 고는 사람과 비슷한 "세상 편안함"일까? 고양이의 속성을 보면 저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졸리는 모습으로 그루밍을 시작하는 고양이

그루밍을 시작하는 걸 보니 정말 졸리긴 한 모양이다.

혀를 내밀어 제 손을 그루밍하는 고양이

아... 이제서야 이해가 간다. 해먹 안에서 잠을 자고 싶었는데 집사가 하도 셔터를 철컥대니 도무지 정신 시끄러워서 일단 그곳을 벗어나자고 마음을 먹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곳에 앉았는데도 집사가 철컥대기를 멈추지 않자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

더욱 더 멀리 달아나자고 마음 먹은 것인지 아예 캣폴을 내려와 침대를 가로질러 바구니들을 지나 미니 캣타워를 붙잡고 봉춤이라도 추는 듯한 포즈로 기일~게 기지개를 켠다. 고양이는 집사가 못마땅해 죽겠고 집사는 이런 고양이가 마땅해 죽겠다 ㅎㅋㅋ!

입술을 핥는 고양이

"하아 참 엄니, 어지간히 좀 하시오~" 하듯 입술을 핥는다.

뭔가 불편한 느낌의 고양이

사실 고양이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 사진 찍는다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는 건 아니겠지만 사진을 찍을 동안에 모든 관심이 자신에게 집중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집중적인 관심"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공연히 냄새 맡는 시늉을 하는 등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 고양이는 스스로가 관심을 가지는 것에는 끝 없는 호기심과 즐거움을 느끼지만 관심을 받는 일은 대단히 부담스러워 하는 속성이 있다.

체념한 눈빛의 고양이

아무리 해도 집사가 제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든 것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들더니

방향을 살피는 고양이

이쪽저쪽 방향을 한 번 살핀 후 어느 쪽도 달아나기에 여의치 않은지 

아래로 내려오는 고양이

나이 든 후로는 잘 하지 않던 고공낙하를 어쩔 수 없이 시전 하신다. (고양이는 올라가기는 잘 하지만 내려오는 실력은 그에 반도 안 돼서 내려올 때 항상 조심을 하는 동물이다)

비누 냄새를 맡는 고양이

어헛! 그렇게 내려 왔더니 이건 또 뭐고? 고양이의 호기심을 잡아끄는 냄새나는 물건이 바닥에서 "어서 와, 이렇게 큰 접시에 비누는 처음이지?" 하고 유혹을 한다.

이빨을 드러내고 그루밍 하는 고양이

냄새를 맡아보니 싫어하는 라벤더 향이다. "우이씨, 똥 밟았다!"

낯선 물건 앞에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

그리고 다시 한 발자국을 가니 이번에는 커피 냄새를 폴폴 풍기는 구멍 송송 뚫린 항아리가 나타난다. 정말이지 "이건 또 뭐야?" 하는 표정이다.

불안한 듯 입술을 핥는 고양이

발걸음 내딛는 곳마다 낯선 물건이 낯선 냄새를 풍기며 하나씩 있으니 슬슬 뭔가 불안해지는 것 같은 모습이다. 낯선 냄새를 싫어하는 고양이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저 물건들을 사진 찍어야 할 일이 있어서 내내 부엌에 있던 걸 들여놓고 미처 치우지 못한 인간의 불찰이다.

정말로 기분 나빠보이는 우리의 대장 고양이

"우이씨, 오늘은 가는 데마다 지뢰밭이야!" 정말로 기분 나빠보이는 우리의 대장 고양이, 빨리 치우지 못하고 낮잠까지 방해 한 무신경한 집사가 미안해...

바구니 속 하얀 고양이

제 형이 겪는 이 모든 시련을 강 건너 불구경도 아닌 무심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내내 내려다 보고 앉은 하얀 고양이 - 이렇게 하여 갈색 태비 철수 고양이의 사진 때문에 내내 고민하던 집사는 여러 컷의 연습샷을 날릴 수 있었지만 그러면 뭐 하노, 동물 사진 찍기는 사람이나 풍경과는 달라서 매 번 설정을 바꾼다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 (2~4살 아길들 사진 찍어 보신 분들은 이해 하실듯) 셔터만 수도 없이 눌렀지 터득한 건 하나도 없고 우리의 태비 고양이만 비자발적 모델냥이 되어 낮잠을 빼앗기고 말았네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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