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너무 길어 심심해 죽겠다냥~

추석인데 선물도 없고 맛난 것도 없고 TV에서는 내내 젊은 아이돌들이나 나오고 영양가 없는 연휴,

에너지가 넘치고 명랑한 성정인 철수 고양이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에너지가 넘치고 명랑한 성정인 철수 고양이, "아아~ 띰띰해~~" 하다가

테이블 아래에서 동생을 발견한 철수 고양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다가 문득 테이블 아래로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편안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하얀 고양이

한 개도 안 심심해 보이는, 심지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동생이 눈에 딱 들어온다. 이 하얀 고양이 경철군은 마치 인간인 집사가 낳은 것처럼 성정이 닮아서 온종일 찍! 소리 한 번 안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 걸 조금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스크래칭 하는 고양이

"고뤠에? 그렇다면!" 무언가 할 마음을 먹었으면 그냥 바로 실행 하시지 굳이 바닥까지 내려가 부릉부릉 시동을 건다.

스크래칭을 마치고 다가오는 고양이

시동걸기가 끝난 그가 다가온다.

더 가까이 온 고양이

무서운 눈빛으로 집사 코 앞까지 다가왓다. 설마 집사가 목표물? 그럴리가!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본묘는 심심해 죽겠는데 언제나 평화롭고 여유롭게 엎드려 있는 동생의 모습이 배 아픈 것이었던지 방향을 바꿔 제 동생이 있는 침대 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니도 심심하지? 나랑 놀자아~"
"아니, 난 안 심심햐!"

동생을 때리려는 형 고양이

"이 시키가! 빨리 심심하다고 말 해! 나랑 놀자고오~"

"안 해!" 늘 조용하고 움직임이 별로 없는 야속한 동생은 그냥 놀자고 해도 놀아줄까 말까인데 종주먹을 들이대며 놀자고 하는데 놀아줄 마음이 생기겠는가, 고개를 있는대로 뒤로 빼며 제 형의 주먹을 피하니

피하는 동생을 기어이 때리려는 형 고양이

"아 시키가 피한다고라? 너 오늘 내 손에 디진다아?"

이 꼴을 집사가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다,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철수야아~"

집사에게 할 말이 있는 고양이

"심심해 하다고오~ 심심해 죽겠는데 우짜라고 그럼?" 열을 잔뜩 받는 고양이, 집사에게 빽빽 대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연신 뒤를 돌아보며 집사를 집구석 전체를 두어바퀴 끌고 다니길래 틀림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놀아달라는 주문인데 집사는 집사대로 놀아주기는 진짜로 귀찮고

캣휠 위에서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마침 캣휠을 지나가는 길이었기에 그것을 툭툭 치며 "철수야, 이거 타라. 그러면 스트레스가 확! 달아날겨~" 하니 어지간히도 심심했던 모양인지 통 안올라가던 곳에 제 발로 올라가 "정말요?" 하는 듯한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 본다. 

사실 저 캣휠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일 년에 두 번 쓸까말까한 물건인데 아마 제대로 된 걸 샀으면 철수는 열심히 애용 했을 것 같지만 판매하는 것 중에 가장 저렴한 것을 산 탓에 발판이 좁아 속도를 내서 달리기 시작하면 아이 발이 자꾸 밖으로 빠져 위험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고 보니 암만 고양이라도 위험함을 인지 했는지 이 후로는 웬만하면 잘 달리지 않게 됐다 ㅜ.ㅜ

이 참에 캣휠을 살까, 고민 하시는 집사님들께 조언을 하자면 좀 비싸더라도 발판이 충분히 넓어서 아이 발이 빠지지 않는 것으로 구매 하시길요~

캣휠을 돌리는 고양이

"그러면, 이거라도 타보자..." 드디어 거의 일 년 만에 캣휠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캣휠을 타는 고양이

딱 두 바퀴 돌더니 발 빠졌던 기억이 난 것인지 아니가 든 탓인지

캣휠이 지겨워진 고양이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표정이 된다. 마음껏 뛰며 구르며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 줄 수 없는 집사는  할 말이 없다, 놀아줄 동생도 집사도 없는 내 고양이에게 쓸 만한 새 캣휠을 사줘야 할까...? - 우리의 명절은 올해도 변함없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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