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고양이는 틈만 나면 펜트하우스에 올라가 최고로 엄근진 표정으로 집사를 이윽히 내려다보는 취미가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이 하도 자주 이런 행동을 하기 때문에 혹시 비슷한 글을 며칠 전에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그런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대신 관련이 있을 만한 것으로 흥미로운 것이 하나 나왔다
철수의 모습이 貍花貓(리후아마오)라는 중국 고양이 품종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드래곤 리? ㅎㅎ 내 세대에 드래곤 리는 '이소룡'이 전부다. 하긴 철수의 얼굴만 나왔으니 구글 이미지가 전혀 다른 품종과 줄긋기를 해도 별로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드래곤 리라는 고양이 품종이 있었어?" 하고 일부러 찾아보게 됐다.
[무료 이미지는 이것 밖에 구할 수가 없었다]
비교적 최근인 2004년에 미국 고양이 협회에 단일 품종으로 등록 됐다고 하는데 고양이의 생김새나 크기, 성격 등의 묘사를 봤을 때는 코숏과 거의 하나도 다르지 않다. 당연하지, 중국 고양이나 한국 고양이나 사람들 닮은 것처럼 닮았을 테니까. 게다가 무늬까지 고등어 태비(배가 하얗고 다른 부분은 줄무늬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 털무늬)도 있다니 그냥 흔한 토종 고양이인데 이 아이들 중 몇몇을 데려다 품종화 시킨 모양이라는 느낌이 든다.
우리 코숏들은 뭐 하나? 우리는 경제, 물질만 너무 좇다보니 토종동물 품종을 지키자는 의식은 아직 저 멀리에 있는 모양인가 아니면 고양이들이 너무 흔해서 아직 귀한 줄을 모르나... 하지만 요즘은 길고양이들도 집에서 자라다가 유기 된 외국 품종 고양이들이 많이 섞여 들어서 순수 토종 고양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말이다.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철수도 경철이도 순수 코숏은 아닌데... 우리도 이런 것 좀 하자, 왜 안 하노, 이런 생각이 들어 한참이 아쉽다. 이제는 전통, 토종에 대한 생각마저도 중국을 못따라 가는구나(원래 그랬지만), 이 기분 뭐지? --;;
"왜?"
"예뻐서~"
"츳! 참치나 돌려 주시게"
밥 안 먹겠다고 거의 하루를 넘게 시위 하시더니 이 날은 하얀 터키시 앙고라 믹스도
드래곤 리 닮은 코숏 믹스도 어쩔 수 없이 참지 없는 밥을 드시지만 표정에는 밥 먹는 고양이의 행복함이 1도 없다.
못 죽어서 먹어준다는 믹스 고양이,
그리고 다시 펜트하우스로 올라가 사뭇 엄근진 표정의 Tiger Woo 품종 고양이.
[철수는 이제 집사가 꼴 보기 싫으면 작은 방으로 건너가 이렇게 널부러져 있다]
Dragon Li 고양이라... 아무튼 중국 사람들 대단하다. 고양이 형제, 참치 없어 밥 안 먹다고 욕 하려고 시작한 것이 엉뚱하게 드래곤 리에게 말려들어 원래 무슨 야그를 하려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날만치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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