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를 뺏기고 세상 전부를 잃은 고양이 형제

이제 7월도 막바지로 들어섰으니 우리집 고양이 형제의 밥 위의 고명을 동결건조 참치로 바꿔 먹인지도 거의 한 달이 됐다. 이 전에는 닭가슴살이나 오리가슴살을 먹이고 있었는데 식이 알러지가 의심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으로 (자세한 알러지 검사는 못했다. 검사 종목에 따라 비용은 1묘당 20 ~40, 주먹구구로 말하면 적어도 백만 원은 있어야 검사하고 이런 저런 사료를 찾고 등을 할 수 있다는 사전정보에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내게는 그만한 돈이 없어서 아예 엄두를 못냈고 그렇게 알레르겐을 찾아내도 더 큰 함정은  딱 찝어서 "이걸 먹이면 된다"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혼자 속앓이를 하며 종종걸음을 친지 몇 달 째이다.


따라서 지난 달에는 가장 흔히 먹어왔던 "조류"관련 음식들을 모두 끊고 네 발 달린 짐승이나 생선류로 식단을 바꿔 보자는 생각에 두 녀석이 공히 좋아하는 생선류(철수는 바다 생물로는 게와 참치만 먹는다)인 동결건조 참치를 밥에 토핑으로 얹어주기도 하고 약 먹은 후 보상으로 건네기도 하는 중이었는데...

식이 알러지로 눈 윗털이 빠진 고양이

철수의 상태가 서서히 이렇게 변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금은 빨간 뾰루지 같은 것이 보이지 않지만 그런 것도 났었고 같은 쪽 입술 가에도 같은 현상 그리고 시커먼 귀지, 그것도 어느 날 밤에는 해먹 안에서 자다가 캣폴 전체가 덜덜 흔들리도록 귀를 긁어대 자다말고 일어나 귀지 청소를 한 일도 있었는데 시커먼 귀지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었다 - 사진을 찍어두려다 집사의 부실함이 무에 자랑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두었다.


아무튼 철수의 이런 증상이 시점으로 봤을 때 딱 결부되는 것은 참치 뿐이라 (이 외에 다른 의심 되는 것들은 나중에 다른 주제로 언급 할 것이다) - 철수는 원래 생선 베이스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면 사람도 그렇듯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에 좋지 않은 것은 당기지 않는 그런 현상이었나 싶기도 하다.

밥을 먹지 않고 돌아서는 고양이

그리하여 전격적으로 참치가 빠진 아침밥을 차려놓고 "밥 먹자~"하고 부르니 먹신 경철 고양이가 먼저 쪼르르 식탁으로 가더니 이쪽저쪽 살피다가 이런 표정으로 돌아선다 -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못마땅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고양이

"AC! 난 이따위 밥은 안 먹을란다!" 잔뜩 약이 오른 표정으로 결연히 발걸음을 옮긴다.

식탁을 살피러 가는 고양이

식탐이 거의 없는 철수 고양이도 제 동생이 저런 표정으로 식탁을 떠나니 무슨 일인가 궁금 했는지 의심스러운 발길로 천천히 식탁 쪽으로 다가간다.

자리를 떠나는 고양이와 돌아오는 고양이

다른 사진 끼워넣을 필요도 없이 이후의 이 장면이 두 고양이 형제의 다른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철수는 밥을 스윽~ 한 번 훑어보고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고 경철이는 그 새 다시 돌아와 "이거라도 먹자"이다.

밥을 먹으며 입술을 핥는 고양이

아고 불쌍한 시키... 야아는 참치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귀지가 대폭 줄어들고 조금씩 끼던 눈꼽도 사라지는 등 호전 반응을 보여 먹여도 되는데 공간마다 문이 따로 달리지 않은 집구석 여건상(집구석이 하도 좁고 고양이들 움직임을 위해 입주 하면서 문을 떼거나 닫을 수 없게 모두 고정 시켜버렸다) 식탁을 따로 마련 할 수도 없다 (식사 시간 외에 몰래몰래 하나씩 집어 먹이는 수 밖에...) - 그러니까 경철 고양이는 조류에 알러지 반응을, 철수 고양이는 생선에 알러지 반응을 하는 것 같다.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야, 니는 그거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더나?"

"그람 굶나...?"

고양이 형제의 대화

"휴우... 나도 맛있어서 먹은 건 아이다..." 앙 다물은 입술이 말 한다. 

"에이그, 한심한 넘~"

불만스런 표정의 고양이 형제

그리고는 두 형제가 약속이나 한듯 같은 표정으로 집사를 바라본다. 저 눈빛들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어보인다 ㅜ.ㅜ

식이 알러지 증상을 보이는 화 난 고양이

마징가 귀까지 하고 화를 내는 철수의 표정은 더구나 가관이다. 하지만 사진에도 확실하게 보이듯이 아이 꼴이 저렇게 됐는데 어떻게 좋아한다고 계속 먹일 수 있으리...

기분 상한 고양이의 표정

"니 암만 그래도 참치는 인제 못 준다!"

"그람 나도 밥 안 먹는닷!"

기운 없이 늘어진 고양이

그리고는 대장 고양이 체면에 좀체 들어가지 않던 바구니 동굴로 기어들어가 세상 다 살았다는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최대한 처량한 자세로 널부러져 버린다.

기운 없는 표정의 고양이

그리고 조금이라도 요기를 한 하얀 고양이도 역시나 허기만 때웠을 뿐 세상을 다 잃은듯한 기분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깟 참치가 뭐라고 두 녀석 공히 이렇게 세상 다 잃은 척을 하는지, 하지만 집사로서는 세상 없어도 그 잘 난 것과 느들 건강과는 못 바꾼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아마도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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