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철 고양이, 요 1, 2년 사이 노는 일에 부쩍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집사 마음을 몹시 쓰이게 만들고 있는데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꼼짝도 않고 놀고 싶다고양이~)
이 날따라 예상과는 달리 레이저 불빛에 유난히 파닥거리며 놀아줘
한참을 헛손질 헛발질을 연발하며 정신 없이 놀고 있는데
문득 집사의 눈에 들어온 이 소외된 자의 모습...
그래도 정말로 오랜만에 물 들어왔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와중에도 집사는 소외감과 섭섭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이 고양이가 신경 쓰여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이 고양이, 이제 제법 놀이에 물이 올라 가만히 엎드려 곧 덤빌 기회를 노리는듯 레이저를 노려보다가 무엇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외롭고 쓸쓸한 자태로 앉아있는 제 형에게로 직진, 사람 눈에는 "엉아, 내가 엄니를 혼자 차지해서 심심하재?" 라고 위로 하는 걸로 보여 아이고, 이제 나이가 드니 철도 드는구나~ 므흣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어라? 바로 그 다음 장면은 일촉즉발, 고양이들이 흔히 한 바탕 냥난리를 시작하기 직전의 눈빛과 머리 위치다.
다행히 경철 고양이가 이내 포기하고 돌아서 발걸음을 옮긴다. 휴우~ 다행이다. 하지만 꼼짝 않고 남아 있는 철수의 표정...
하지만 여전히 기 죽고 외로운 표정의 철수 고양이, 왜인고 하니
아 이 얍삽한 넘, 이런 기발한 생각은 어찌 했을까, 곧장 집사에게로 직진해서 아직도 레이저 포인터를를 들고 쩔쩔매는 집사 손에 얼굴을 비비며 친한 척을 한다. 즉, 저 쪽 철수에게 가서 한 말은 "집사는 내 꺼야, 까불지 마! 진짠지 아닌지 함 볼래?" 하며 제 세를 과시했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바구니로 들어가 제 형 쪽을 돌아보며 "췟! 깜냥도 안 되는 것이 말이야"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순전히 집사의 실수다. 이 녀석 저 녀석 적당히 시간을 분배하며 놀아줘야 하는데 물들어 온 참에 너무 열심히 노를 저어 배가 산으로 가버린 꼴이 돼 버렸다. ㅜ.ㅜ
여기서 잠깐 : EBS의 냐옹신은 이럴 때 양손으로 놀아주는 신공을 발휘하면 된다고 하시던데 나이 든 내 고양이 형제에게는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쓰다듬어 주는 것조차 건성인지 아닌지 금새 알아차린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많은 부분에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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