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생활 10년차로 접어들면서 어떤 빗을 사용하더라도 고양이들이 싫어하지 않게 빗질 하는 법을 이제서야 겨우 터득했다고 생각 돼 혹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 쓰는 글이다. (그 전의 고양이들에게는 빗질이 필요 하다는 생각조차 못할 만큼 고양이를 잘 몰랐다. 새삼스레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해 개인적으로 깨달은 것은,
고양이들은 빗질을 사람 머리 빗는 것처럼 주룩주룩~ 하는 것을 불쾌해 한다.
그러니까 저희들이 그루밍 하는 것처럼 짧게 짧게 샥~ 샥~ 이런 식으로 빗어주면 빗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모든 빗질은 고양이의 혀가 그루밍하는 정도의 구간으로 짧게 하면 거부감이 가장 적다.
털갈이 계절이면 우리집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빗은 저 그림의 돌기가 있는 실리콘 장갑이다. 실리콘이라 바락바락 문지르면 고양이들이 상당히 불쾌해 하지만(실리콘 장갑으로 사람 머리를 빗어보면 그 불쾌함이 이해가 간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즈들이 그루밍 하는 구간 정도로 짧게짧게 끊어 빗어주면 꽤 오래 빗질을 견딘다.
빗질 받다가 싫증이 나 바구니로 들어간 경철 고양이와
싫증이 나니 얼른 밥그릇으로 가 밥 드시는 척을 하는 철수 고양이. 밥 먹는 넘은 절대로 안 건드린다, 이것이 고양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집사도 고양이 세계에 속해 있는 동물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장갑에 잔뜩 끼인 털은 다른 손바닥으로 그림의 화살표 방향으로 밀어내면 깨끗이 떨어져 나간다. 이렇게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뜯뜯'해서는 털을 깨끗이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마무리는 눈꼽빗으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빗이기 때문에 털갈이 계절이 아닐 때는 이 눈꼽빗 하나만 쓴다. 이 빗 역시 주욱주욱~ 내리 빗지 않고 한 번 빗는 구간을 가능하면 짧게 잡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조개빗 또는 사랑빗이라는 것도 샀지만 빗살이 눈곱밋에 비해 비교적 성글어서 잘 안 빗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뽑아낸 털들은 꽁꽁 뭉쳐 공으로 만들면 그야말로 천연재료로 만든 장난감이 된다.
이걸 던져주면 (바구니와 책장 사이로 라켓처럼 휘두르는 저 솜방망이에 집사는 또 까무러친다) 아주 잠깐이지만 저렇게 드리블을 하면서 놀아준다.
이제 싫증이 나면 공을 물어다 제 바구니에 넣어놓고 "니 누구야?" 새삼스레 냄새를 맡는다. 생긴 건 전혀 다른데 거기서 즈들 냄새가 나는 것이 신기한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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