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뒷마당 아깽이 - 마음에 남은 남의 고양이

남에 집 고양이라 하더라도 내가 어떻게 해주지 못해 유독 아프게 마음에 남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듯 길 아이들 이 외에 내 마음을 후벼팠던 아이들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얼마 전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다른 한 아이가 바로 이 녀석이다...

밥을 먹고 있자니 뒷마당에서

이사를 하던 무렵이라 이사 갈 동네에서 언니와 도배니 뭐니 알아보고 다니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각에 허기가 져 들른 분식집이었다. 밥을 먹고 있자니 뒷마당에서 "냐아아~" 하는 아깽이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에게 목줄이라니...

고양이에게 목줄이라니... 사연인즉, 비가 억수로 퍼붓던 어느 날 밤, 분식집 아저씨가 지나가는데 고양이 소리가 들려 살피니 이 녀석이 쓰레기 모아 둔 곳에 얼굴을 처박고 울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거뒀는데

줄에 묶인 아깽이

풀어 기르니 배변 문제도 생기고 마당 쪽으로 향한 문을 열어놓고 일할 때가 많은데 이 녀석이 손님상에도 뛰어오르는 등 문제가 생겨 가 버리라고 문을 열어 줬는데도 가지를 않아 궁여지책 줄로 묶어 놓았다는 설명이었다...

줄 길이는 마당 전체를 다닐 만큼 충분하긴 했지만 고양이에게 줄이라니...[나를 보더니 "니는 누구야!?" 하듯 돌진하는 녀석]

줄 길이는 마당 전체를 다닐 만큼 충분하긴 했지만 고양이에게 줄이라니..."풀어주세효~" 말은 했지만 내 고양이가 아니어서 더 강력하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눈 색이며 크기가 3개월도 채 안 돼 보이는 어린 고양이[목줄에 방울에...]

아이 눈 색이며 크기가 3개월도 채 안 돼 보이는데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당신 집에 기르는 강아지가 먹는 사료를 주는 등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어서

분식집 뒷마당의 아깽이

이틀 후에 이쪽으로 다시 올 일이 있으니 고양이 용품을 좀 챙겨다 드리겠다고 말을 하고

아깽이는 생전 처음 먹는 파우치가 너무나 입에 맞았는지남은 사료를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나를 돌아보며

말 한대로 먹을 것, 배변용품 등을 챙겨 갔더니 간섭 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델꼬 가뿌이소!"라며 웃음기 머금은 얼굴이지만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 와중에도 아이는 생전 처음 먹는 파우치가 너무나 입에 맞았는지 남은 사료를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나를 돌아보며 "냥 냐옹"하며 더 달라는듯 잔소리를 한다.

"델꼬 가뿌이소!" - 난들 이 귀한 생명이 이렇게 사는 걸 보고 왜 데리고 오고 싶지 않았겠는가... 핑계지만 그 때 방이 한 칸이라도 더 있는 집을 얻기만 했어도...  사실 같은 세에 방 한 칸 더 있는 집이 있었는데 언니가 동네가 험해서 안 된다고 결사 반대해서 더 작지만 그나마 덜 험한 동네로 계약을 했던 것이다.

철들어 보이는 표정의 아깽이

꼬리를 착 감아 붙이고 앉은 모습과 표정이 어찌 그리 쓸쓸하고 제 신세를 아느듯 철 들어 보이는지, 무슨 아깽이가 저런 표정을 짓는지... 


분식집 주인 부부의 전반적인 태도로 봐서 데리고 가려면 아예 그렇게 하고 아니면 간섭 하지 마라, 내가 앞으로 쭈욱 사료며 모래며 갖다 드리겠다는 등 시종일관 서로 미소를 띄며 대화를 나눴지만 진심은 느껴지는 법이어서 "그러지 마시라"는 한 마디에 고양이는 이렇게 저렇게 하는 거에요, 라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었다. 정말이지 방 한칸만 더 있었더라도...

어린 것이 밥 먹었다고 고양이가 할 짓은 안 배우고도 다 한다[어린 것이 밥 먹었다고 고양이가 할 짓은 안 배우고도 다 한다]

이 후로 이사를 가서도 그 분식집을 지나다니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아이 어떻게 지내느냐고 말 한 마디 붙여볼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김밥 사러 그 집인 줄 모르고 불쑥 들어섰다가 불에 데인듯 돌아나오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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