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얌미의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대굴욕

내 고양이 형제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서 가장 최근에 쓴 글은 경철의 꼴값 못하는 행동에 관해서였고 (우리집 하얀 고양이의 분홍젤리가 명란젓이 된 사연)철수 고양이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서도 지나가듯 쓴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안전 불감증이 주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겁 많고 조심스럽기로 유명한 고양이들도 확실하게 안전이 보장 되는 제 영역에서는 100% 안전 불감증을 의심할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어제 알게 됐다.


아무튼 철수 고양이는 이 글(맨날 같은 제목만 쓰고 싶다 - 불쌍한 내 시키들이라고)에 쓴 대로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붙어 누워서 집사가 등짝을 받쳐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위치에서 애교를 부려대거나 심지어 잠을 자기도 하는 고양이

침대 가장자리에 겨우 붙어 누워서 집사가 등짝을 받쳐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위치에서 애교를 부려대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것이 일상화 됐다.


어제도 같은 위치에 같은 자세로 드러누워 고로롱송을 부르는데 또다시 내 손이 자동적으로 엉덩이를 받치면서 '도대체 뭘 믿고 맨날 이러는겨? 내 손이 아니어도 안 떨어질 자신이 있는가?' 싶어진다. 

몸통에 절반이 매트리스 바깥에 걸치고 누운 고양이

그래서 엉덩짝을 받친 채로 한 손으로 카메라를 준비해 사진을 찍어보니 몸통에 절반이 매트리스 바깥에 나가 있어 집사 손만 아니면 금새 굴러 떨어질 것 같았는데 좀 더 전체적인 모습을 찍고 싶은 욕심에 거리 확보를 위해 몸을 일으키며 조심스레 손을 빼니

집사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 그 순간에 하필 애교를 부린다고 탈모 배를 드러내며 뒤척하는 고양이

집사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딱 그 순간에 하필 애교를 부린다고 탈모 배를 드러내며 뒤척! 

고양이는 오히려 너무 낮은 곳에서 추락하면 적당히 높은 곳보다 더 위험하다

코당탕~ 날개를 펼 사이도 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집사도 고양이도 동시에 멍!!! 등짝 랜딩을 했는데 진짜로 식겁했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오히려 너무 낮은 곳에서 추락하면 적당히 높은 곳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안전한 높이는 2층 이상에서 6, 7층까지의 높이다. 이 정도 높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최대한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는 높이다. 어떤 학자들은 더 높아도 된다고도 한다)

식겁한 고양이, 방금 있었던 일을 털어내려는듯 머리를 타라락! 털어본다

다행히 집사 무릎 길이도 안 되는 높이인지라 외상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수 없으면... 십년감수 했다는 듯 머리를 타라락! 터는 불쌍한 내 고얌미. 미안타, 집사의 나잇값 못하는 호기심이 또 참사를 불렀구나...

당황한 눈으로 추락한 곳을 돌아보는 고양이

집사가 손을 뺀 탓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이씨, 니 왜 날 밀고 그랴?"라는듯 침대를 한 번 바라보더니니

정작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크래칭을 시전 하는 고양이

정작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크래칭을 시전 하신 후

이것들이 고양이가 당황했거나 쑥스러울 때 하는 동작 삼(사) 종 세트다.

"거 쑥스럽구만..." 이어서 귀를 긁는다 - 이것들이 고양이가 당황했거나 굴욕스럽거나 쑥스러울 때 하는 동작 삼(사) 종 세트다.

우리는 코리안(숏헤어 - 집사 머리카락도 짧으니까)들이라 그럴까, 세 식구가 하나 같이 안전에 뭔가 둔감한 듯한 행동을 더러 보이곤 한다

그리고는 머엉~ 하기는 9년 평생을 그렇게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치대도 한 번도 떨어진 일이 없었는데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에서 느닷없이 굴러 떨어졌으니 당황하기도 했겠지만 '집사가 내내 경고 했네라, 그렇게 앉으면 위험하다고'며 자신의 안전 불감증을 애 써 변명한다.


그리고 경철 고양이는 오늘도 점심상을 차려 놓은 발 디딜 틈 없는 간이식탁 위로 뛰어내리려는 걸(이번에는 1리터 짜리 병에 음료수가 가득) 집사가 절묘하게 포착하고 말려서 노트북이 거덜나는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


코숏 형제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연이은 대굴욕을 보자니 우리는 코리안(숏헤어 - 집사 머리카락도 짧으니까)들이라 그럴까, 세 식구 DNA에 확실히 안정불감증이 새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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