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폴과 타워가 함께 놓인 동쪽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온다. 햇빛이라면 어떤 고양이라 해도 마치 자석의 음극과 양극이 서로 끌어 당기듯 자동적으로 이끌려 따라간다.
그런데 캣폴도 아닌 6년 넘어 묵은 캣타워에 올라간 게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조따구 잘난 척하는 표정으로 바닥에 있는 제 형에게 도발의 눈빛을 보내는지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는데
너무 똑똑해 (사실은 똑똑해서가 아니라 경철이 들리지 않으니 유일한 말 상대가 이 녀석 뿐이니) 가끔 억울하게 사람 취급 당하는 이 고양이 삼신,
저 표정 하나에 기어이 도발 당하고 만다.
대장답게 단숨에 휘릭 뛰어올라
"이 샤꾸. 좀 전에 그 눈빛 모야?"
"내가 모? 때려 봐, 때려!"
도발한 넘이 몸을 한껏 뒤로 빼니 제 팔 길이로는 도저히 닿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내 포기하고 주저 앉아버리는 철수 고양이 - 그런데 저 시키 순 헛 똑똑이자너? 그 칸에서 하나만 더 올라가면 제가 확연히 더 전투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 하는데, 그리고 편히 싸우는 데에도 쓰라고 놔 준 캣폴인데 어찌 그걸 이용할 줄 모르누?
사실 이 전까지는 이렇게 자리 싸움을 해도 늘 다른 곳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어 아이들이 더 활동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없어서 안타까웠던 것인데
저 봐라, 고개만 살짝 돌리면 도발한 넘도 도발 당한 넘도 저 윗칸을 차지하고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서서 편히 팔다라 휘두르며 싸울 수 있겠고만 쌈박질 잘 하라고 집사가 몸소 이케이케 하라고 부추길 수도 없고 차암~ 집사는 갑자기 캣폴의 동선을 좀 더 쌈박질 하기 편하게 변경 해야겠다는 불타는 의무감을 획득한다. ㅎ;;
겨우 솜방망이질 한 두 번에 후퇴한 제 형을 내려다 보며 썩소를 날리는 건방진 하룻괭이, 하지만 네 엉아가 캣폴 동선만 익히면 그깟 바스켓 하나 깨부수는 건 일도 아닐 것이여, 암만~
(막간을 이용해) 하이고~ 그런데 너는 어쩌자고 요렇게나 말갛고 예쁘게 생긴 것이냐 - 행인지 불행인지 나이 들면서 눈의 파란색이 점점 짙어진다.
그런 제 동생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올려다 보는 대장 고양이, 이 녀석이야말로 결점을 찾아볼 수 없도록 완벽하게 잘 생겼다 으음? ㅋ - 아마도 캣폴 동선을 좀 이용할 줄 알면 싸움을 해도 한 판 제대로 붙게 되겠지? 엉큼한 집사는 빨리 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 고양이 형제가 캣폴 동선을 익혀 여기저기 오르내리며 편안히, 길게 쌈박질 하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제대로 한 판 붙기를 바라는 것은 가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이제는 집사와의 놀이도 시들하니서로 다치지 않고 한 바탕 제대로 뒹구는 것도 운동이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일조를 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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