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을 하면 100% 패배하는 경철 고양이가 철수 고양이의 밥은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뺏아먹어 철수 고양이가 나란히 밥 먹기를 거부 하고
혼자 이렇게 높은 곳에 스스로 식탁을 마련해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자주 전했었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대장 고양이의 특별한 식탁) 어제 저녁도 이 풍경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대충 위그림과 같이 철수 고양이는 캣폴 위에 경철 고양이는 바닥에 밥을 차려 드렸는데
이 그림은 아무 설명이 없으면 위에 있던 철수 고양이가 경철 고양이를 쫓는 것으로 보이지만
[밥 먹을 때마다 이렇게 제 동생 눈치를 보고 미리 자리를 피하는 모습에 밥은 좀 맘 편히 먹어야재, 하는 생각인 집사 속은 문드러진다.]
사실은 이제 새 캣폴에 제법 익숙해진 경철 고양이가 제 형 밥을 뺏아 먹으려 올라가는 걸 철수 고양이가 알아채고 미리 비키려고 내려오는 중이었는데 경철은 제 형이 저를 쫓으러 내려 오는 줄 알고 호다닥~ 토끼는 장면이다.
식탐 없는 철수 고양이는 제 동생이 도망 치거나 말거나 입맛은 이미 떨어져 버려
기분 더럽다는 표정으로 집사 쪽으로 다가오고
나름 무서운 엉아의 공격에 쫓겨내려왔다고 생각했던 경철 고양이, 가만히 서서 등 뒤로 느껴보니 "어라, 그게 아니었어?!"
목표물위치를 일단 확인하고 - 좀 전에 철수는 이 지점에서 경철 고양이가 약탈을 시도한다는 걸 눈치채고 미리 내려오는 중이었고
경철 고양이가 이 지점에 왔을 때 내려오는 제 형과 딱 마주쳐 동생 넘이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친 것이다 - 그랬음에도 이 고양이는 아까와 똑같은 동선으로 먹을거리를 정복하러 나서는데
집사가 보니 이렇게까지 빙빙 돌지 않아도 단 두 점프만 하면 직선으로 올라갈 만한 자린데 아놔, 답답한 시키!
뭐, 잘 됐다. 합리적인 동선을 아직 못 익힌 덕분에 점프라도 한 번 더 하니 그 만큼 더 움직이는 것. 동선을 복잡하게 잡는 것이 오히려 운동도 되고, 인간이 생각한 합리적인 동선 따위 영원히 익히지 말구라, 싶기도 하다.
드디어 고지가 눈 앞이다.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다. 이런 모습이 우습고 귀엽기도 하지만 뭔지 모르게 언짢은 것도 인간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고양이들 사이의 일이니까...
그 사이 창가를 돌아 집사와 침대를 지나 완전히 맞은편 캣폴로 올라간 철수 고양이,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속 없이 식탐을 보이는 제 동생에게 "뭐 저런 기이 다 있노..." 시선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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