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경철 고양이가 고추장 사고를 치고 그 고추장이 벽에까지 가서 들러붙은 걸 발견하고도 고양이들 손 닿지 않는 곳이니 닦아내지 않아도 되리라 믿고 그냥 뒀다는 글을 썼는데...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집사를 억수로 반가워 하는 명란젓이 됐던 핑꾸젤리의 표정,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우리집 하얀 고양이의 분홍젤리가 명란젓이 된 사연)
웬걸!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철수 고양이가 캣폴에서 자꾸 벽에다 손짓을 하는 것이 눈에 띄어 쳐다보니 발판 가장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자리하고 앉아서는 벽에 묻는 고추장을 제 손으로 어찌 해보겠다고 손을 쭉쭉 뻗고 계셨다. 사진으로는 못 잡았지만 손끝이 거의 고추장에 닿을 지경으로 가까워져
고추장이 아이 손에 닿고 입에라도 들어가면? 그것을 아는 집사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입에서는 "철수야 지지, 에이 지지!"가 자동연발 되고 그 넘의 지지 소리가 듣기 지겨웠는지 손짓 몇 번 더 하다가 이내 윗 눈꺼풀을 일자로 만들어 고추장을 항해 엄한 표정을 지어보이시더니
휙 돌아서서
벽을 저따구로 해놨는데 해먹인들 깨끗할까, 한 번 살피시고는 (다행히도 저기는 아침에 찍찍이로 청소했다)
휘릭 들어가 앉아 버리셨다 - 자격지심에서였을까, 철수 고양이는 그저 전에 없던 뻐얼건 것이 벽에 철썩 붙어 있어 호기심에 만져보려 애 썼을 것이고 해먹에 들어갈 때도 그냥 안전부터 미리 살피는 고양이 습성이었을 뿐일텐데 집사는 왜 이리 게으름을 지적 받은 것 같은 죄스러움을 느끼는지~ 에잇! 당장 일어나서 지워 버렸다.
그런데 암만 해도 저 눈꺼풀을 일자로 만든 장면은 내 게으름을 나무라는 것 같았단 말이지... --;; 그나저나 저 넘의 탈모는 언제나 완치가 될지, 이래저래 죄스러운 일만 쌓여간다.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