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날씨예보를 보니 이제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날은 없을 것 같다. 있다해도 간간이 며칠 정도?
그래서 이제 동쪽 창에 있는 결로방지 쿠션들을 치우고 문을 여닫을 수 있게 해야겠다는 작정이 섰다. 겨우내 환기는 북쪽 창으로만 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갑갑하기도 했고 오전에 잠시지만 봄빛을 강제소환하고 싶기도 했다.
밖에 놓인 쿠션들이 흉물스러워 커텐을 단지 며칠 모자라는 한 달, 오랜만에 커텐을 젖히니 저 창문 좀 봐라. 사진에도 보이는 저 얼룩을 닦아보니 모두 푸른색 곰팡이다, 그 옆에 실리콘에 낀 시커먼 것은 말 할것도 없고.
말하다 보니 참으로 서글프다, 어째 이런 집이 다 있나... 게다가 언제 이 집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기약도 없고 말이다. 이 지경이니 고양이들에게 환경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나 할까. (내 고양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미안한 부분이 이것이다 - 나쁜 주거환경)
그래도 두 녀석은 집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특히 청소를 하면 같이 기운이 나는지 설쳐대기 시작하는데 잘 있는 경철 고양이를 철수가 공연히 때려 집구석을 몇 바퀴 돌고 종내는 동굴 속으로 몰아넣은 장면이다.
철수 고양이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동굴로 들어가면 대개 싸움이 끝나는데 이 날은 닿지도 않는 거리에서 게속해서 냥펀치를 날려대니
경철 고양이, 열 번도 넘게 하악질. 그 끝에 드디어 철수 고양이가 물러나자 겨우 긴장을 풀며 입술을 핥는다. 집사는 아이들이 싸우거나 말거나 쫓고 쫓기며 집구석을 뛰어다니는 것이 기쁘다. 요즘에는 사냥놀이에도 반응이 시들해 움직임이 절대부족하기 때문에.
그 사이 집사는 창가의 해먹이 밖을 내다보기에는 너무 높이 달려있다는 걸 창문을 열어보고서야 알아 해먹을 살짝 내리는 작업을 했는데... ㅍㅎㅎ! 저넘의 드라이버(조임기구?)가 안 빠진다. 저것의 구조를 아는 분들은 아마 이것이 왜 안 빠지는지 금새 알아차리시지 싶다. - 이걸 빼려면
1. 다시 드라이버를 돌려 해먹을 원위치 시키고 조임기구를 뺀 다음
2. 해먹의 아랫칸을 내린 후(이 칸은 울타리가 있어 특별히 두 개의 드라이버를 돌려야 한다)
3. 다시 해먹을 내리고 싶은 위치로
4. 단, 아랫칸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만 저 기구를 아래로 내려 빼낼 수 있다.
지금은 그럴 기운 없다, 안 할란다... 고 내버려 두고 사진을 찍어보니 가관이라 생각없이 행동하는 스스로에게 비웃음에 가까운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게 해먹 위치를 창밖 내다보기 딱 좋은 위치로 내려 줬건만 이 고양이, 고개를 빼야만 겨우 바깥을 볼수 있는 캣타워의 바스켓 안에서 저리 불편하게 오랜만에 바깥 풍경을 내다보신다.
말은 또 얼마나 잘 알아듣는지 "철수야, 여기 오면 더 잘 보여~"라면 해먹과 거의 같은 위치에 있는 칸을 두드리니 옮겨 앉기는 했는데 밖이 더 잘 보일 해먹으로는 안 건너간다.
즈들 쓰는 쿠션까지 넣어 원래 천이며 해먹의 깊이며 거의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도록 해놨는데도 유인용 간식만 냠~
간식이 없어지니 다시 익숙하지만 좁은 바스켓 안으로...
"내가 저길 왜 갔을까..." 제 마음 저도 모르겠다는 눈빛인가?
[에이그 인간아~ 하는 것 같다]
맞아,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집사, 성급하고 얕은 생각에 봄 바람을 이용해 고양이를 해먹으로 강제소환 좀 해볼까 했더니 곰팡이만 잔뜩 만나고 드라이버도 못 빼는 등 일거리만 잔뜩 떠안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집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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