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9년이면 꼬리가 아홉 개

철수 고양이의 탈모는 증상이 경철 고양이 귓병 만큼 절박하지는 않아서 유산균만으로 버텨 보려고 약을 끊은지 2, 3주가 넘은 것 같다.

해먹에서 그루밍 하는 고양이

하지만 확실히 병원약의 효과가 떨어지니 다시 그 부분을 그루밍하지 시작했다고 며칠 전에도 썼는데, 요즘은 집사 손 닿는 곳에서 그루밍을 하면 하다못해 리모컨이라도 안겨서 못하게 방해를 하니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아가는 이 고양이, 감히 집사가 근접 못하는 해먹 안에서 그루밍을 시전 하신다.

고양이도 나이가 드니 시근이 들어서 이 집에 진짜 힘 센 사람은 누구이며 뭘 하면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 아는 여우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다 집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

"헉!"  

저 표정 봐라, 하면 안 되는 짓이 뭔지 멀쩡하게 다 알고 있는 넘이다.

하나도 모른다는 듯한 동작으로 슬그머니, 여유롭게 고개를 돌리는 고양이

그러더니 일 초도 지체없이, 그러나 암것도 모른다는 듯한 동작으로 슬그머니,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문턱 위를 탁탁 더듬으며 사냥을 하는 고양이

벗겨진 배를 다 드러내며 일어서서 문턱 위를 탁탁 더듬으며 사냥을 하시는데, 하이고오~ 까딱하면 속을 뻔했다. 점 같이 작은 날파리라도 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 것도 없다.

제법 한참 동안 사냥 연기를 한 고양이

제법 한참 동안 사냥 연기를 하시더니 서 있는 위치가 위치인지라 불편했던지 슬그머니 내려 앉는다. "철수! 배에 그루밍 하면 안 돼!" 집사가 일갈한다.

두 손을 얌전히 모으고 있는 고양이

무엇 하는지 보려고 등 돌리고 앉은 녀석 정면으로 가보니 "그루밍 안해요, 내 손을 보시오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그래도 집사가 지키고 서서 눈을 떼지 않자 정말이지 그루밍 할 마음 눈꼽만치도 없다는 걸 확신 시키고 싶었는지 "어? 집사, 저건 뭐지?" 하는 표정을 만들더니

마치 그루밍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무엇 대단한 볼거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행동하는 고양이

고개를 쭈욱~ 빼서 집사 머리 뒤를 넘어다 본다. 마치 그루밍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무엇 대단한 볼거리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집사 머리 너머로는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이 화석처럼 박혀 있는데 말이다.

무엇인가를 골똘히 보는 촉하는 고양이

알 것 다 아는 시근이 멀쩡한 이 고양이, 집사가 물러설 때까지 이렇게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자신은 절대로 그루밍할 수 없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무엇 심히 볼거리가 있어 몰두한 듯한 연기를 계속 하셨다.


집사가 자리를 뜨고 정말 그루밍을 안 했는가 하면 아니다. 저 할 만큼 실컷 하고 저기서 내려오시디라... --;;

집사를 정면으로 보고 앉아있는 하얀 고양이

경철 고양이는 식이요법 시작하고 어쩐지 살이 쪼옥 빠진 느낌이다. 이제 사냥놀이도 웬만하면 시들하고, 세상 낙이 없는 표정으로 앉았길래

고개를 치켜들고 묘한 시선을 보내는 하얀 고양이

사이키 조명이 사람 기분도 들썩거리게 하는데, 고양이에게도 컬러 테라피가 있는 만큼 기분이라도 좀 나아지라고 켜 줬더니 "니는 이게 재밌나?"란 표정으로 집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한참을 앉았더라... 


이제 두 녀석 모두 뭔가 집사 머리 꼭대기에서 노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고양이도 9년쯤 묵으니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되는구나, 실감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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