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고양이가 다시 스핑크스가 되고 싶었는지 시간만 나면 배 그루밍에 열중하시어
이렇게 배가 다시 분홍색이 돼가고 있었다. 이것이 3개월 동안 유산균으로 버티고 결과를 보겠다는 집사의 결심을 단 한 순간에 무너뜨린 계기가 된다. 다리를 벌려 살펴보면 어쩐지 이 전보다 좀 더 광범위하게 탈모가 진행 되는 것처럼 보여 저렇게 털을 다 벗겨낼 정도면 자신은 얼마나 괴로울까... 그리고 아이가 앉았던 이불에는 마치 털갈이 계절처럼 잔털이 박혀 있어 보기만 해도 간지러울 지경이다.
또 다시 병원 근처에 사는 언니찬스... (말 없음표는 미안함의 표시이다) 경철 고양이 하루에 두 번 14일, 철수 고양이 하루에 한 번 30일. 플러스 유산균. 경철 고양이만 보면 하루에 3번 약을 먹고 두 번 양치질 당하며 일주일에 두어 번씩 귀청소.
이 지경이니 아이가 침대 밑에 숨어 나오지 않을만도 한 것이다. 이건 얼마 전에도 보여드린 사진인데, 하루종일 이렇게 침대 밑에서 바깥 동향을 살피다가 집사가 약 먹는 장소 근처에 어른거리면 저~ 깊숙한 구석으로 잽싸게 숨어 버리곤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침대가 싱글 사이즈라 고양이가 아무리 깊이 숨어도 집사가 조금만 기어 들어가면 잡을 수는 있다. 그렇게 끌려나와 약 먹고 양치질(치약을 바르기만 함) 당하고 간식을 주면 쳐다도 보기 싫다는듯 저 멀리로 달아나 있다. - 병원약과 유산균 사이에 한 시간 간격을 두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있어 그렇게 하니 잊기도 전에 또 테러를 당하는 꼴이다.
이런 테러는 처음 당하는 철수 고양이 "집사, 갑자기 내게 왜 그래?" 하다가
집사 꼴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리니 세상 만만한 제 동생이 저만치에 앉아있다.
'옳지 너 잘 만났다!'며 뛰어가는 철수 고양이 뒷꿈치도 다 까져 있다...
그렇잖아도 열불 나는데 형의 느닷없는 공격에 주둥이가 십 리는 툭 떨어진 경철 고양이와
경철 고양이 쪽으로 귀를 열고 아직도 분이 덜 풀린 표정으로 돌아와 앉아
"언제까지 이러고 살지...?" (이건 집사가 하고 싶은 말이라 저 표정이 그리 읽히는 것이리라) 묘하게 두 귀로 스트레스를 표현하면서 코 앞에 제 최애 바구니를 두고도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를 내려놓는 철수 고양이.
고양이들의 특이한 점 - 햇수로 10년, 만으로 9년 가까운 세월의 관찰 결과, 집사 때문에 기분이 언짢을 때 고양이들은 절대로 제가 좋아하는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이 짓을 집사라고 돈이 남아돌고 재미가 있어 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살아남아야 하니 하는 짓이지... 돌아보면 이보다 훨씬 더 아프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생명들도(사람 동물 막론하고) 얼마나 많은데 우리, 이 정도로 징징대지 말자... 아이들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다시 한 번 다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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