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고양이 형제들을 이토록이나 다르게 만드는가?

새벽에 강원도 사는 언니가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언니네 8살 먹은 샴 고양이 형제다.

두 집 고양이 형제들의 성격이 다르다

모임 마치고 새벽 3시에 들어오니 이러고 자고 있더란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고양이 형제들

야아들은 밤이고 낮이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이렇게 붙어산다. 저 아이들 같이 구겨져 들어앉은 저 바구니, 똑 같은 거 두 개 짜줬었다. 그런데 한 개만 쓰는 것. 한 번은 옆에 빈 바구니 덩그러니 두고 야아들 이렇게 낑겨 들어간 사진도 왔었는데 전시하려니 찾아내기 가 쉽잖다 . 내 시키들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에 아침부터 열 받는다. (언니는 이런 사진을 자주 보내 염장질을 한다)

아침마다 싸우는 고양이 형제 1

비교나 해 볼까, 당장 카메라를 들었는데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전설을 깨고 철수 뒷태를 보니 워낙에 매일 하는 짓이니 여지없이 무엇인가 시작 되는 분위기다.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고양이 형제

아니나 다를까... 사실 철수가 나쁜 넘 같지만 경철군이 엉아와 눈만 마주쳐도 괜한 호들갑을 떠는 구석도 있다.

쫓고 쫓기는 중인 고양이 형제

호랑이라도 만난 냥 탁자 아래로 숨는다.

겁 먹은 책상 아래의 고양이

저 표정 좀 보소, 가관이다. 하긴 철수가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여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이 짓을 하니 보는 마음 마냥 귀엽고 재밌지만은 않다. 더구나 위에 저런 사진 받은 오늘 같은 날은.

 

내 고양이들 분위기는 내 자랄 때 집안 분위기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야아들 이러는 것도 내 탓인가 하게 된다.

생각에 잠긴 형 고양이

철수군 "어이 시키, 하도 쫄아있으니 내가 오늘은 함 봐준다"며 쩝! 하는 사이

동생을 쫓는 형 고양이

경철군, 후다닥 빠져나와 밥 먹으러 간다. 사실 저 녀석 진짜로 밥 먹으러 간 것 아니다. 옛말에 밥 먹는 짐승은 개도 안 건드린다 했던가, 그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치고박고 물고뜯고 하다가 불리한 넘이 밥 먹는 척하면 백발백중 싸움은 거기서 끝이난다. 아래 증명샷도 있다. 철수군, 경철의 움직임에 같이 따라 일어섰다가

밥 먹는 동생을 지키는 형 고양이

엉덩이 붙이고 앉으며 "밥 먹냐? 그람 내가 기다리꾸마~" - 이렇게 야아들은 절대로 밥 먹는 짐승은 안 건드린다. 그런데  사람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밥상머리에서 디지게 혼나는 경우가 많다.

밥 먹다가 돌아보는 동생 고양이

뒤돌아 보는 경철, 엉아가 갔으면 밥이 그만 먹고 싶은 거다. 사실 진짜 식사 끝나고 몇 분 지나지도 않았으니까. 이쯤 되면 인간이 중재에 나설 때다. 때를 놓치면 '그갸갸갹!' 한 판에 온 집안에 하얀 터래기가 눈처럼 흩날리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집사 눈치를 보는 고양이

다른 말 필요 없다, 목소리에 감정 담을 필요도 없고 "철수야"만 하면 된다.

귀 긁는 고양이

그 사이 경철군은 빠져나가고 남은 엉아 억수로 멋적은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인간에게 징징댈 차례다. 

하풐 하는 고양이

야아는 징징대다가 소리를 계속  징징 내면서 하품도 한다. 저절로 '끼아아 께!' 이러게 된다.

 

오늘 이 포스트의 요지는 자야들은 저렇게도 서로 애지중지 죽고 못 사는데 야아들은 왜 이리 눈만 뜨면 못잡아 먹어 야단일까...

몇 차례 곰곰히 생각해 본 적이 있어 나온 결론은, 자아들은 부모가 몹시 바빠 같이 지낼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 연주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2박 3일 정도 즈들끼리 있기도 하는 세월이 8년이라 서로가 소중해진 것이고 야아들은 24시간 나와 함께 있으니 단 하나 있는 인간의 사랑을 두고 서로 질투도 하고 인간에게 매달리느라 서로의 소중함도 그 만큼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게다가 야아들이 날 닮은 듯하다는 느낌은 곧 저 아이들도 즈 부모를 닮았다는 얘기일 것인즉, 저 집 엄니는 나와 한 집에 살았어도 전혀 다른 대우를 받고 자랐으니 성정도 다른 것이고 더불어 괭이들 성정도 달라진 것이려니... 라고 생각하니 아이들한테 이렇게 미안 할 수가!

 

그런데 경철이 요즘 왜 저리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 밤에도 마치 발정난 아이처럼 밤 새 버럭 댔는데 방금 또 그런다. 너무 심심해 그런 건지 몸이 아픈 건지 말 못하는 아이들이니 삐끗만 해도 가슴이 자꾸 내려앉는다. 내가 너무 즈들한테 매달려 살아줘 버릇이 나빠진 이유도 크겠지만.

ⓒ고양이와 비누바구니 All rights reserved.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