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고양이들이나 맛 있는 걸 먹고 나면 기분이 Up되는 건 마찬가지인 듯하다.
지난 밤, 두 녀석이 번갈아 가며 꽁무니에서 엥엥 대길래 끊을 요령으로 며칠 주지 않았던 가다랑어를 먹더니...
작은 놈이 홀짝! 피아노와 의자 사이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 몸을 숨긴다. 저 건반 밑 나무바닥이 상당히 더럽지 싶어 저 짓하는 것 진짜로 찝찝한데 좁아터진 집구석에서 저것도 못하게 할 수 없는 일이라 꾹꾹 눌러 참는다. - 코팅 안 된 생나무는 청소해도 푸석푸석 드러운 것인데 잉?
순진한 철수군, 마치 아까부터 티격태격 하고 있었던 것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 이런 대목에서 나는 아이들 기분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사이 철수는 아르르~ 하며 육중한 몸에 브레이크를 제 때 못걸어 끼이이긱! 반 바퀴 회전과 (자동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반바퀴 정도 도는 모습과 똑 같음) 함께 전속력으로 달려 침대 밑으로 경철 고양이를 유인한다. 경철군, 요따구 표정으로 버티는 것도 아주 잠시지,
금새 따라 붙어 침대 밑 지 형과 눈을 맞추고 아르르~ 하여 본격적인 한여름 밤의 우다다 한 판이 시작 됐다.
아이들이 여기까지 왔을 때 철수가 윗쪽에 포진하고 있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는 이유가 항상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ㅎㅎ
한여름 밤의 베스트 샷!
경철 고양이 꼬리가 또 굴뚝청소용 솔처럼 부풀어 올랐다. 꼬리가 가라앉기 전에 다시 한 판 우다다를 하고 싶지만
철수 고양이는 이미 지쳐 버린 데다 졸음까지... 쿨매트(사진 왼쪽 아래에 살짝 보이는 퍼런 물건), 시원하게 즐기시라고 깔아 드렸더니 그거 피해서 평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앉아 쉬신다.
한 바퀴 혼자서 헛돌고 다시 돌아와 앉았던 경철 고양이,
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날아가는 폼새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지...만
언뜻 좌절 모드로 보이지만 경철씨가 저러고 계시면 북어 한 포 하시는 것이다.
"아, 아녀요. 지,집사 할망구는 이제 가서 디비져 잘랍니다..."
진짜로 덥다. 웬만큼 더워서는 환경에 대한 죄책감으로 에어컨 따위 잘 켜지 않던 내가 평소의 1.5배 속도로 숨을 쉬며 헐떡이는 철수 때문에 20시간 정도 에어컨을 가동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더러 엄마들이 타인에 대해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이성을 상실한 듯한 가족 이기주의 때문이거늘 나 또한 새끼라고 기르고 있어 죄 많은 여름이다. 201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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