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하얀 고양이의 캣폴 완전정복

해먹 천에 철수 고양이 떵이 묻어서 두 녀석 모두 올라가지 않더란 이야기를 그저께 썼었나...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하얀 고양이가 캣폴 해먹 정복에 실패한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유) 아래부터의 장면은 해먹천을 세탁해서 급속건조해 다시 걸어준 다음 날이다.

캣폴 해먹 테두리에 올라서서 안절부절 하는 하얀 고양이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경철 고양이가 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집사가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카메라를 급히 준비해야 하므로 늘 한 박자 늦다는 것이 아쉽기 짝이 없다.)

캣폴 해먹 테두리에 올라서서 차마 내려서지 못하는 하얀 고양이

소심한 고양이, 올라 갔으면 미끼로 담아 둔 이빨과자를 드실 것이지 이윽히 내려다 보고만 있다. 철수 고양이가 첫날, 두어 번 디뎌보고 단번에 몸을 담궜던 장면과 비교하면 이 고양이 성격이 얼마나 겁 많고 소심한지 금새 드러난다.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고양이 형제에게 캣폴을 선물 해 봤습니다) 이 녀석은 이렇기 때문에 늘 더 마음이 쓰이고 짠한 구석이 있다.

결국 캣폴 정복을 포기하고 내려 앉은 하얀 고양이

아무리 더듬어 봐도 도저히 안 되겠던 모양인지 제가 마음놓고 올라갈 수 있는 최상층으로 다시 내려와 정색을 하고 앉아 생각에 잠긴다.

그래, 거기 앉았으니 이빨과자 냄새는 솔솔 풍기고 그자? - 냄새의 유혹에 슬그머니 위를 한 번 올려다보더니

"그래, 결심했어!"

두려워 하던 해먹 위에서 과자를 먹는 하얀 고양이 귀여워~

단 번에 휘릭 뛰어올라 망설일 시간도 없이 이빨과자를 냠냠, 이쪽저쪽 찾아가며 모두 드신다. 

"봐라, 나도 했지?"의 표정인가 아니면 "더 없나?"의 표정인가,

해먹 위에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하얀 고양이

과자가 더 없으니 제 정신이 들었나 "허걱!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지?"

과자도 더 없고 이제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오긴 뭘 내려와, 그냥 거기 들어앉아 좀 쉬면 되지~ 이건 인간 마음이고,

캣폴에서 미끄러지는 하얀 고양이

엄마얏! 허둥지둥 내려오다 그만 해먹 천 사이로 발이 빠져 삐끗! 집사도 본묘도 얼마나 놀랐는지... 겨우 중심을 잡아 내려오는 아이 꼬리를 보면 놀란 정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아이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후 인간은 저 아래 쭈악 펴진 네 발가락을 찍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 ㅎ~

놀란 마음에 입술을 핥는 하얀 고양이

"우이씨, 식겁했네..."

정색을 하고 집사를 바라보는 하얀 고양이

집사도 그제서야 안도하고 실실 웃어가며 셔터를 눌러대니 "재밌나?" 정색을 하신다. 무사히 내려왔으니까 뭐... 재밌지! (사실 아이 발이 천 사이로 빠지는 순간에 '아크릴 해먹을 왜 안 샀냐, 인간아!' 며 스스로를 무지하게 욕 했다 - 아크릴 해먹은 인간 좋으라고 있는 것이지 고양이에게는 무서울 것 같았기 때문에 고려도 하지 않았는데 천 위나 아래에 아크릴 해먹을 받쳐주면 발 빠질 위험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실망한듯 외면하는 하얀 고양이

"끙... 스타일 다 구겼네"


저런 일을 한 번 당했으니 저 성격에 다시는 안 올라가면 어쩌지, 집사는 걱정 했는데 밤에 뒤척이다 잠결에 얼핏 보니 다시 한 번 올라가 해먹 테두리만 밟고 낮과 같은 모양새로 산책을 하는 모습이 포착 돼 미끄러진 것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았구나,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다, 안심을 했다 - 고양이는 한 번 생긴 호기심은 반드시 해결하는 동물이니까.

세탁한 해먹을 다시 차지한 철수 고양이

한 편, 철수 고양이는 제 떵이 해먹에 묻어있는 동안은 얼씬도 하지 않더니 세탁 했다는 걸 언제 인지 했는지 다시 떡하니 올라가 부러운듯 올려다 보는 동생에게 "와, 부럽나?" 시선을 보낸다.

캣폴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고양이

하지만 형이 해먹에서 내려 갔어도 경철 고양이의 최상층은 아직 해먹의 바로 아랫칸이다. kbs에서 개구리 등에 관한 다큐를 내보내고 있는데 곰 발바닥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넋을 놓고 보고 있다.


그나저나 경철 고양이의 캣폴 정복기는 언제나 완결이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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