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우다다에 숨겨진 속사정

젊은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면 암수를 막론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귀신이라도 잡으려는 것처럼 귀를 뒷통수에 납작하게 붙이고 저돌적으로 몇 분 간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우다다"를 자주 경험 하실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이 특히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는 해질 무렵 또는 집사가 딱 잠자리에 들려는 시간이거나 새벽녘 또는 고양이 스스로가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이다.

이것이 고양이 우다다 때의 전형적인 표정이다[이것이 고양이 우다다 때의 전형적인 표정이다. 이렇게 급전지 했다가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전에 휙 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간다]

유럽에서는 이것을 "광란의 5분"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5분까지 가지는 않고 길어야 2~3분, 나이가 많은 고양이의 경우에는 몇 십초 가지 않아 끝이 나기도 하고 뛸 수 있는 공간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케이, 우다다! 하지만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고양이는 정말 귀신을 봐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가상의 상대를 만들어서 혼자 놀이를 즐기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아프기라도 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1. 고양이의 우다다는 활력을 증명한다. 고로 고양이가 건강하고 명랑하다는 증거이다.

2. 고양이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우다다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곧 고양이가 안락함과 보호 받고 있음을 느낀다는 뜻이다.

고양이는 우다다 중이다[이렇게 마구 뛰어올랐다가]

하지만 왜 고양이는 우다다를 해야만 할까?

이 모든 것은 자연에서의 생활에서 온 유전자 때문이다. 고양이는 사냥을 하는 동물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유난히 많은 잠은 자기도 하지만 실내 고양이들에게는 그 축적한 에너지를 방출할 기회가 그다지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 엔돌핀을 털어내야만 진정이 되기 때문에 야생에서의 사냥 대신에 택한 방편이 바로 우다다인 것이다.

우다다 하다가 방향을 바꾸는 고양이[갑자기 방향을 휙 바꾸어]

만일 이 우스꽝스럽고 귀여운 한 판이 새벽녘에 자주 일어나면 집사의 숙면에 대단히 방해가 되기 때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럴 때는 한 가지 해결책 밖에 없다. 잠 들기 전에 고양이가 먼저 지쳐 골아떨어지도록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 - 즉, 놀아주기와 충분한 교감(고로롱거리도록 쓰다듬어 주기)으로 고양이를 만족 시키면 이 우다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캣 트래퍼에 걸려버린 고양이[뛰어오르다 높이 조절이 안 돼 허리가 턱! 걸리기도 하고]

자연에서 고양이는 하루에 6~12마리의 쥐를 사냥할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데 집 고양이들은 집사가 신경을 써서 놀아준다 하더라고 야생에서의 사냥 만큼 에너지 소비가 집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다다로 남은 사냥 에너지를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고양이[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상층으로 뛰어올라 날기를 시도]

그리고 고양이가 화장실에 갔을 때 모래를 덮자마자 온 집안에 발가락 사이에 낀 모래를 휘날리며 전력질주를 하는 일도 자주 생기는데 이것은 자신의 몸에서 나온 변의 냄새를 사방으로 휘발시켜 적에게 자신의 정확한 위치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아 적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고양이가 사냥꾼일 뿐만 아니라 사냥감이 되는 일도 흔한 야생에서 생긴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다다가 하다가 동생을 덮치게 된 고양이[아래에서 편히 쉬고 있는 동생을 덮치기도 하는데 이것은 고의가 아니라 우연일 뿐이다. 왜냐하면 우다다를 할 때 고양이 눈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다다를 많이 하는 것이 집사에게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이것은 고양이가 삶에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하며 건강하다는 증거이므로 감사하게 생각하시길 바란다. 고양이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다다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줄어드는데 이 또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7세 이상의 남아가 심하게 우다다를 하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의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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