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를 진화 시키는 고양이 형제 - 배불뚝이 명품 TV를 버리게 된 이유

내가 배불뚝이 (사실은 등불뜩이라고 해야 맞지만) 언제까지 가지고 있었던가, 사진으로 남긴 기록을 봤을 때 적어도 2014년 3월까지, 11~12 년 이상 가지고 있었고 만일 고양이들만 아니었다면 2020년이 다가오는 현재까지 TV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전까지 앞불뚝 뒷불뚝인 TV만 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나에게 "삼성 명품 완전평면 TV"란 신세계였으니까.

삼성 명품 완전평면 TV

내가 저 TV를 사고 얼마 안 돼서부터 점점 TV의 등허리도 급속도로 얇아지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내게 TV란 화면만 나오면 되는 것이었고 그 때까지는 그 새로운  LCD TV가 벽에 걸면 과열되기 쉽고 전기세를 잡아먹는 주범이라고 듣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아주 갑자기 윗층에서 내 집 안방으로 물이 새는 바람에 쫓기듯이 이사를 해야했던 새 집에서였다

TV 위에서 고고한 눈길로 내려다 보는 하얀 고양이

집구조가 바뀌니 TV가 놓이는 장소도 당연히 바껴서 이 전 집에서는 TV 위에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이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말간 표정으로 그 위에 올라가 앉기 시작하더니

TV 위에서 옥신각신하는 고양이 형제

나중에는 아주 쌍으로 올라가, 가만히나 앉아있나 - 한 넘은 제 동생 됫다리 걸고

TV 위에서 놀고 있는 고양이 형제

뒷다리 걸린 넘은 재빨리 피한다고 피하는 곳이 TV 통풍구 위 - 겁 많은 집사 허걱~ 저 통풍구 통해서 정전기라도 일어나면, 더 나아가 터래기라도 빠져서 스파크가 일어나면?

TV 위에서 장난치는 고양이 형제

집사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다행히 내려갔던 넘이 다시 올라오길래 한시름 놓고 저 귀여운 장면을 찍고 있자니

TV 위에서 싸우는 고양이 형제

이 번에는 아까 쫓겨내려갔던 넘 손 보이는가? 이 넘이 제 형을 때려 다시 통풍구 위로 도망가게 만드네? 아놔~~~

TV 위에서 오렌지 냄새를 맡는 고양이

이래 갖고는 걱정스러워 도저히 못 살겠어서고양이들이 싫어하는 오렌지 껍질, 알맹이 등을 빼곡히 TV 위에 올려둬 봤네. 워낙 싫어하는 냄새라 안 올라갈 줄 알았지... 그냥 올라가 "누가 이런 쓰레기를 여그다 버렸지?" 하신다 - 결국 이 방법은 보기도 싫거니와 괜히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 같아 집사 스스로 포기했다

TV 등에 앉아 곤히 잠든 고양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로 그 날로 LED TV룰 주문하게 만든 신의 한 수! 더 오래 끌다간 고양이 태워먹고 잘 하면 집구석까지 몽땅 태워 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조바심에  당장 무엇인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환장 하도록 귀엽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유로 또 집사를 환장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그리고 저 녀석이 스스로 잠에서 깨 일어날 때까지 TV는 다 봤다, 전원 잘못 넣었다가는... 젠장!

TV 위에서 잠 잔 후 둥실 떠오른 하얀 고양이 - 집사를 진화 시키는 고양이 형제

그리하여 TV도 못보며 맞은 편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자니 드디어 TV 뒤에서 허이연 무엇이 둥실 떠오른다. 표정을 보니 제법 깊고 달게 잔 모양인지 한 동안 비몽사몽이다

푹 잤나 이 넘의 자슥아~ 밤이 돼도 집사는 TV도 못보고 이래 앉았는데 말다!

집사를 진화 시키는 고양이 형제 - TV위의 고양이 형제

그리고 이것이 삼성 명품 완전 TV 위, 고양이 형제의 마지막 장면이었을 것이다. - 이렇게 집사는 고양이 형제에 의해 강제로 디지털적 진화를 거듭 해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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