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털쥐와 예사롭지 않은 고양이

심심한 시간, 우리의 철수 고양이 뭐 놀 거 없나 찾아보다가 언제나처럼 저 쪽에 혼자 엎드려 있는 동생에게 다가가 "어이 동생, 노올~자" 했다가

또 언제나처럼 "노놉!" 야멸찬 도리도리와 함께 칼 같은 거절을 당하고 (아~ 시키들 쓰고 있는 지금, 우다다 하다가 제습기를 강!으로 웨엥~ 밟아놓고 달아난다. 필요해서 작동 시키면 꺼버리고 필요 없어 꺼 놓으면 최고로 작동 시키고, 한 번도 박자가 맞는 일이 없어...)

쓸쓸하고 서운한 표정 - 이럴 때 집사는 경철 고양이가 사람 같으면 타일러서라도 같이 놀게 가르치겠구만 그것도 안 되니 맘찢! 그렇다면 집사가 나서야지... 

물그릇에 손을 넣을 까 고민 중인 고양이

오늘도 예외없이 좋아하는 쥐돌이 몇 마리 꺼내놓고 던져주면 날아가서 물고 오고 - 강아지처럼 매 번 물고오는 건 아니고 10 번 던진다 치면 초반에 두어번, 나머지는 잡기만 해서 제 자리 훅 뱉아놓고 빈 몸으로 돌아온다 - 하는 놀이를 하다 인간이 조준을 잘못한 건지 아니면 제 손에 맞은 건지 털쥐가 물그릇에 빠져 버렸네?


여기서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고양이들 다 그래~" 할 지도 모를 사소한 일에 혼자 열광해 "예사롭지 않은 내 고양이" 운운하며 포스팅을 하려는 주책이 시작 된다


장난감이 물그릇에 빠지는 일이 생긴 건 두 번째인데 예전에 경철이 탁구공을 가지고 놀다가 한 번 퐁당~ (2018/01/30 - 고양이가 물에 빠진 탁구공을 건지는 법) 경철이 허둥지둥 손을 들었다 놨다 인간을 봤다 공을 봤다 하는 사이 철수가 바람처럼 달려와 "걱정 마, 엉아가 이 물을 다 마셔서 꺼내줄게!" 하는 듯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 했던 일이 있었으므로 이번에는 철수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려 할지 사뭇 흥미진진 집사는 털쥐를 던지는 놀이 중이었던 건 새까맣게 잊고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심각한 고양이

당황스러울 때 일단 손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고양이들의 DNA에 새겨져 자동으로 나오는 동작인 만큼 몇 번씩이나 같은 동작을 되풀이 하는 중이다

그러다 언제까지나 손만 들었다 놨다 할 수는 없는 법, 드디어 해결책을 모색 하려는 듯 고개를 낮춰 들여다보며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털쥐가 물에 빠지자 당황하는 고양이

"그래도 역시 손으로 꺼내는 게 낫겠지?" 그래 손을 더 가까이 가져가보니 제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금새 깨닫고는 "이거 아무래도 물에 손을 넣어야 할 것 같은데 고양이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잖아..." 손에 겨우 몇 방울 묻었을까, 아주 몹쓸 것이 묻은냥 타라락~

물에 빠진 털쥐에게 입을 대는 고양이

"그래, 입으로 꺼내자! 일부러 마시기도 하는 물인데 물 한 모금 마시면 되지 뭐" 

풋! 지난 번 탁구공 때도 물을 마셔 버리는 걸로 해결하려 들더니 또 그러려는 건가?

물에서 털쥐를 구해내는 고양이

인간 생각으로는 이것 좀 어떻게 해달라고 한 번 쯤은 징징대며 돌아볼 줄 알았는데 어랍쇼~ 집사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겟!

물에 젖은 털쥐를 탐색하는 고양이

그렇게 심사숙고 고생해 구조해낸 털쥐를 일단 방바닥에 안전하게 내려놓고

물그릇을 돌아보는 고양이

물그릇을 한 번 쳐다보는데 그 모습이 사람들이 똥 따위를 밟았을 때 "우이씨, 똥이잖아!" 하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그런 심리일까?

물에 젖은 털쥐를 입에 무는 고양이

"여긴 너무 위험해, 저어쪽으로 가자"

만일 내가 고양이라면 젖어있는 털쥐를  다시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몸에 묻은 물을 닦는 고양이

이 예사롭지 않은 고양이는 그 놈을 기어이 다시 물고 제 아지트로 돌아와 일단 제 몸에 묻은 물부터 수습하고,

좋아하는 털쥐를 끌어당기는 고양이

"야, 너 괜찮아?" 하듯, 딱 그 털쥐, 던지기 놀이하려고 다른 털쥐들도 모두 그 자리에 집합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놈을, 나름 구조작전을 펴느라 정신적인 부담 컸던지 지친듯 널부러진 채로 팔이 닿지 않자 다리까지 들어가며 제 곁으로 데려오더니

털쥐와 휴식하는 고양이

두어번 핥핥~ 한 후 제 곁에 눕혀 놓고는 쩝! - 물에 빠져 고생했을 털쥐를 배려했음일까 놀이 초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 놀이를 접고 만족한 표정으로 나란히 널부러져 집사를 향해 므흣한 미소를 짓는 역시나 예사롭지 않는 내 고양이 - 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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