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오늘도 변함 없었다

아침부터 어째 철수가 유난히 질척댄다 싶은 날이었다 - 그러니까 이 두 녀석 중 철수는 언제나 집사에게나 제 동생에게 치대다 못해 질척댄다 싶을 만큼 정이 많고 장난기가 넘치는 고양이인데 비해

하얀 고양이 경철이는 제 생김새 만큼이나 차갑고 새침해서

하얀 고양이 경철이는 제 생김새 만큼이나 차갑고 새침해서 웬만하면 제 형이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편인데 오늘도 철수 고양이, 공연히 지나가는 동생에게 머리를 비벼 대면서 한 손을 스윽 배 아래로 넣어 자빠드리길 시도하니 경철 고양이는 "이 시키 또 시작이다!" 진저리를 치며 꽁지 빠지게 도망쳐

쌩한 표정으로 피아노 위에 엎드린 고양이

정말이지 귀찮았는지 눈까지 주욱~ 찢어져 쌩한 표정으로 피아노 위에 엎드렸는데

형이 가까이 온 것이 싫은 동생 고양이

어랏! 눈치 없는 형이란 넘, 엎드렸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앉도록 갑자기, 그러나 집사조차도 눈치 못채게 스미듯 뛰어들어 경철이가 그곳에 있는 것은 우연이라는듯 천연덕스럽게 그루밍을 시전하신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 맞은 고양이 표정이 저러려나~ 좀 전에 보여주시던 눈까지 찢어지도록 짜증났던 포스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아그 얼굴이 갑자기 꺼칠해지기까지 하다.

당황스러워 하는 고양이들

철수고양이, 짐짓 그루밍을 시전하고 있었지만 곁눈질 하는 모양새가 동생 간을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형이 저 좋아서 그런다는 것이라고 전혀 짐작도 못하는 동생은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여기 봤다 저기 봤다, 황당한 표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징가 귀를 만든 동생 고양이

슬그머니 민망해진 환영받지 못한 자, 시선 둘 곳을 몰라하다가 자리를 옮기는 척하며

의심에 빠진 동생 고양이

슬쩍 동생 고양이를 터치 해봄에 또 치근덕거린다고 지레 짐작한 동생 고양이, 지체없이 마징가 귀를 만들어 날아서 자리를 피할 자세를 취했다가

서로 마주보는 고양이 형제

"나, 여기 그루밍 하러 왔다 머, 니 안 건드린다 머" 하며 쩍벌 그루밍 자세로 앉는  엉아의 능글맞음에 "정말 나를 안 건드릴건가?" 잠시 마음이 흔들리는 듯 보이더니

도망가는 동생 고양이 그루밍 하는 형고양이

"언제는... 니가 무슨 소리를 해도 이제는 더 못 믿는다!"며 최고의 의심을 표현하는 최고의 마징가 귀를 만들어 훌쩍 날아오르는 동생과 "봐라, 그루밍만 하잖아, 봐라봐라..." 속으로 수 없이 외치며 열혈 그루밍을 시전하시는 형...

언제나 냉정한 동생, 언제나 서러운 형 고양이

언제나 냉정한 동생, 언제나 서러운 형... "철수야, 경철이는 싫다니까 엎드린 참에 잠이나 자구라, 엄니 사진 연습 좀 하구로~" 공감능력 떨어지는 인간, 저리로 날아가버린 동생을 바라보는 저 슬픈 표정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

기지개 키는 고양이

그런 인간에게 "세상 믿을 짐승 하나도 없네... 잠이나 자란다고 내가 그 말을 들을 고양이로 보이나?" 벌떡 일어나 잔뜩 기지개를 키며 부릉부릉~

사냥 준비 중인 고양이

아따, 제 동생이 여기 숨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그 새 침대방으로 달려와 이번에는 "놀자"가 아니라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

침대 아래에 숨은 고양이

"아이고 내 팔자야,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 형아가 곁에 왔기로서니 그것 못마땅하다고 침대 밑에까지 숨어든 이 고양이도 참 어지간하다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

"뭐가? 니는 이게 재밌나?!"
"미,미안하다... 재밌다!"

날이 바뀌고 장면이 바껴도 내용은 눈꿉만치도 변한 것이 없는 고양이 형제의 하루였다 - 성정이 너무 달라 사이가 나쁜 두 녀석 때문에 집사는 죽을 때 눈도 못 감지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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