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지 않고

고양이 형제가 아침밥을 다 먹으면 그 다음에는 언제나 집사가 잠시 놀아주는데 어쩌다 다른 데 정신이 팔리거나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날에는 놀이를 건너 뛰자고 마음 먹게 되는 날이 있다

간식을 꺼내 먹는 고양이

꽤 자주 그런 날이 반복 되니 예전에는 징징~ 따라다니며 놀아줄 때까지 애를 먹이더니 요즘은 아예 포기하고 즈들끼리 마주 앉아 간식통도 들여다 봤다

심심해 하는 고양이 형제

혹여나 놀아줄까 집사 눈치도 봤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거나 붙박혀 앉았는 고양이 형제

끝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거나 붙박혀 앉았는 고양이 형제가 안스러워 집사가 선택한 장난감은 레이저포인터

고양이들이 사냥할 때 제 몸을 숨기는 본능

경철 고양이, 레이저포인터만 등장하면 꺄아아~ 채터링을 하며 냉큼 동굴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이 녀석은 희한하게 레이저포인터는 반드시 저 속에 들어가 사냥하려 드는 버릇이 있다. 아마도 고양이들이 사냥할 때 제 몸을 숨기는 본능 때문인가 싶은데 특히 레이저 사냥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본능이 더 강하게 발동하는 모양인가 싶다

시무룩, 뚱한 표정의 고양이

그런데 사실은 철수와 먼저 놀아 줬던 것인데 이 아이는 레이저포인터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 꺄아아~ 라고 격하게 반응하는 경철 고양이에게 자연스레 포인터를 이동시켰는데 지가 시들하게 반응했던 건 잊었는지 금새 시무룩, 뚱한 표정이 되어 앉았다가

집사에게 시비를 거는 고양이

"집사, 내가 포인터 잡으려고 시동 거는데 왜 저 시키하고만 노는거야?" 라며 결국 집사에게 시비를 건다. 

이제 방금 경철 고양이가 제대로 놀기 시작했기 때문에 철수를 상대할 시간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방금 경철 고양이가 제대로 놀기 시작했기 때문에 철수를 상대할 시간이 없다. 집사는 장난감 조준도 제대로 해야하고(레이저 포인터는 더구나 조준을 잘못하면 위험하니까) 사진도 찍어야 하니까!

레이저 놀이와 고양이

그렇게 바쁜 탓에 금새 철수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레이저 놀이 삼매에 빠졌다가

고양이의 사냥 모습 -두 눈 가득 들어차는 까만 눈동자와 낱낱이 사방으로 일어서는 수염들

동굴에서 불러내 운동을 좀 시킬 요량으로 낚시대로 바꿔 들었더니 금새 세상 없는 사냥꾼의 표정과 자세가 나온다 - 두 눈 가득 들어차는 까만 눈동자와 낱낱이 사방으로 일어서는 수염들! (매일 보는 모습인데도 매일 까무러치도록 예쁘다) 이것은 아직 무엇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약간의 놀라움을 동반한 엄청난 흥분을 표현하는 자세다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궁리 중인 고양이

상대에 대한 파악이 끝나고 이제는 한 손을 들고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궁리 중이다

이마에 주름까지 만들며 심각해진 고양이

그러다 사냥감이 위치를 바꾸니 "헛! 저 시키 봐라"는듯 이마에 주름까지 만들며 심각해졌다가

공격의 기회를 포착한 고양이가 날아오르는 순간

"샤샥~ 이 때다!" 드디어 공격의 기회를 포착하고 날쌔게 날아오르는 순간!

침대 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자가 등장한다

헉! 침대 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시커먼 그림자가 등장한다. 집사도 철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지라 같이 깜짝 놀랐다

고양이 환희의 스크래칭

세상 갑작스런 공격에 혼비백산한 경철 고양이가 좀 전에 있던 동굴로 다시 쫓겨 들어가니 의기양양해진 철수 고양이, 환희의 스크래칭을 한 방 시원하게 날려주신 다음

엉덩이를 실룩씰룩하는 고양이

"집사, 낚싯대 흔들어 봐, 내가 근사하게 사냥을 해 볼 참이니!" 이렇게 아예 자세를 만들어 명령을 하시는데 그 말을 듣지 않을 장사가 어딨겠노. 그리하여 한 방에 잡기 좋게 잘 조준해 흔들어 주니 의욕 가득한 사냥꾼답게 엉덩이를 실룩씰룩~ 

창으로 뛰어오르는 고양이

그런데??? @@ - 이것이 윗그림의 바로 다음 장면이다. 나비처럼 날긴 했는데 벌처럼 쏘지를 않고 그냥 계속 날아버린 것이다 - 혹시 내가 편집을 잘못했나 일련의 장면들을 다시 검색해 봐도 진짜로 저 위의 준비자세에서 날아올라 곧장 창문 위로 직진한 것이다.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새 구경에 집중한다

제 형을 올려다보는 동생 고양이

저 앞뒤 맥락 닿지 않는 행동에 별 꼴을 다 봤다는 생각을 하는 건 경철 고양이도 마찬가지라는 걸 제 형을 올려다보는 표정이 말 해 준다. 철수는 이런저런 설명이 없었지만 시근이 좀 있는 집사가 저 행동의 이유를 유추해보니 정말 사냥놀이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경철이 사냥을 하고 집사가 낄낄대는 상황에서 혼자 소외 돼 있는 것이 싫었던 뿐이다

낚시대에 집중하는 고양이

그래, 네가 새구경이나 하고 있을거면 다시 경철 고양이하고 놀아야지 뭐 - 집사도 경철이도 다시 놀이에 집중하려는 찰나,

이 고양이는 등에 눈이 달렸나 어느 새 다시 뛰어내려 제 동생을 노리고 있다가

어랏! 이 고양이는 등에 눈이 달렸나 새구경에 마음을 땟긴 줄 알았는데 어느 새 다시 뛰어내려 제 동생을 노리고 있다가

쫓는 고양이와 쫓기는 고양이

드디어 사냥 좀 해보려는 제 동생을 또다시 사냥하니 "집사야 나 살려랏!"

 사냥하는 고양이를 사냥한 고양이

그렇게 사냥하는 고양이를 사냥한 고양이, 정작 장난감은 등 뒤에 두고 의기양양 므흣한 표정을 짓는다 - 아무래도 이 녀석의 진심은 사냥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 동생이 즐겁게 사냥하는 꼴을 못봐 주겠다는 것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네가 사냥을 시작하면 내가 반드시 너를 사냥 해 줄것이여~' 이것은 단순한 심술일까 아니면 집사를 나눠가져야 하는 애정결핍에서 오는 질투심일까? 

무릎 고양이

복잡한 고양이의 마음, 반드시 사냥을 하고야 말것이라는듯 제 동생을 쫓아내고 집사를 꼬드겨 놓고는 바로 다음 순간에 완전 개무시하고 딴짓 하는 고양이를 보기는 내 난생 처음이네그랴


그리고 지난 밤, 잠이 들 때는 분명 하얀 고양이가 내 팔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자고 있었는데 좀 전에 눈을 뜨니 그것이 얼룩 고양이로 바껴 있는 마법이 일어나 있었드아~ 세상 모든 고양이를 무릎냥이로 만드는 계절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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