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집사를 깨우는 방법

아침에, 익숙한 소리에 눈은 떴다. 뻔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양이가  엎어놓은 바구니

저 뒤집어진 바구니와 그 밑에 깔려있는 지퍼백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지 싶다. 누가 그랬냐고요?

집사를 말간 눈으로 올려다보느 하얀고양이["집사, 밥상 차려라!"]

이런 사진 올리면 "설마~"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바로 이 넘이 범묘다. 집사는 아침마다 두 번씩 깨움을 당하는데 한 번은 철수가 침대로 뛰어올라와 "끼끼께께, 고롱고롱~"으로 깨운다. 시간은 틀림없이 아침 6시다.그리고 어쩌다 철수가 집사 깨우기를 건너뛰는 날, 또는 철수의 깨움을 무시하고 집사가 계속 뒤집어져 자는 날은 이 하얀 녀석이 대신 하는데 바로 저 짓을 한다. 


저희들 간식과 건사료를 며칠 분씩 지퍼백에 담아 보관하는 바구니를 손으로 입으로 마구 공격해 결국 저따구로 엎어놓는다. 그래도 반응을 안 보이면 이제 지퍼백을 끌어내서 물어뜯는다지~

텅비어 있는 고양이 사료 그릇

오늘은 일어나서 보니 그럴만도 했다 싶은 것이 사료 그릇이 휑하니 비어있다. 밤 새 출출하지 말라고 건사료를 늘 한 그릇 놓아주고 잠자리에 드는데 요 며칠 경철 고양이가 식욕을 회복하면서 늘 아침까지 남아돌아 버려야만 했던 건사료가 자주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집사의 솔직한 마음은 경철이 더 살 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원망스런 눈길로 집사를 바라보는 하얀 고양이["뭐 살찌지 말라고? 그럼 나더러 굶어 죽으라는 것이냥?"]

그렇게 차려드린 밥상인데 안 드시고 뭐 하시냐고요? 사실은,

형 고양이의 밥그릇에 다가가는 동생 고양이

똑같은 밥 차려 드렸는데 제 것 먹다말고

형 고양이 밥그릇에 입을 들이대는 동생 고양이

남에 밥그릇에 또 이 짓을 하면서(넥카라 풀었다 이거지!)

형 고양이의 밥을 뺏아먹는 동생 고양이

얌냠, 하며 입맛을 다시다가

형 고양이의 밥을 뺏아먹다 고개를 갸웃하는 하얀 고양이

"어어~ 뭔가 좀 쎄에 한데...?" 며 문득 돌아보다 딱 걸린 저 표정이 저 위의 저런 모습이다.

형 고양이의 밥을 뺏아먹다 고개를 빼는 동생고양이

이 교활한 녀석, 집사가 이런 짓을 싫어한다는 것은 들리지 않아도 기가 막히게 알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본 척 스윽 고개를 빼더니

끝까지 제 밥을 지키는 형 고양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꼬랑지 치켜세우고

형 고양이의 밥을 뺏아먹다 집사에게 걸려 자리를 피한 하얀 고양이

한 쪽으로 가서 아쉬운 입맛을 다신다

코를 찡그려가며 밥을 맛있게 먹는 고양이

그런데 또 달라진 것이 있다. 바로 철수! - 평소 같으면 경철이가 뺏아 먹으면 슬쩍 뒤로 물러나서 집사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데 오늘은 꿋꿋이 제 밥그릇을 지키고 앉아 끝까지 다 먹는다. 하긴 며칠 전에는 제가 경철이 밥을 뺏아 먹기까지 했으니 ([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한 스텝 꼬여 버린 고양이 형제의 일상)제 밥그릇 지키고 앉은 것 쯤이야 이제 껌이지. 저 조그만 접시에 장년의 고양이 두 마리가 한꺼번에 머리를 들이대고 먹는 모습이라니~

내 고양이들 밥그릇

결국 밥그릇은 이렇게 비었는데 남아있는 저 쪽은 걱정도 안 한다. 좀 있으면 하얀 고양이가 와서 다 먹어치울거니까! - 말썽을 부려도 양아치 고양이 짓을 해도 다 좋다, 이제 다시 아프지만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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