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장남 고양이 철수, 우울증 극복하는 약 한 통을 다 먹도록 변화가 별로 없어 이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렇게 웅크리고 자는 것은 어쩐지 서럽고 외로워 보이는데...
가만! 너 정말 그러고 자는게냥?
돋보기 안 낀 할미 눈에 벌려져 있는 저것이 콧구멍인지 눈인지 알 수가 없어 여기저기 초점 맞춰 보느라 자꾸만 셔터를 눌러대니
슬쩍 고개를 드는 것이 셔터 소리 때문에 선잠에 깨어났다는 표시다 - 고양이가 한 눈을 가리고 한 눈만 뜨고 자는 것을 "반구수면"이라고 하는데 이럴 때는 고양이가 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현상은 새나 돌고래에게서도 흔히 일어나는 반구수면이라는 것으로 뇌의 반 쪽만 자고 뇌의 다른 한 쪽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 쪽 눈이 저절로 떠져 있는 현상이다 (더 자세한 것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고양이] - 고양이의 잠 자는 자세와 의미)
어느 새 돌아누워 세상 재미 없다는 눈빛으로 올려다 본다
그러다 어느 새 내려와 이렇게 엉덩이를 보이고 앉아있는 시간이 가장 길고
아니면 나머지 시간을 이러고 있다가
갑자기 이 고양이를 한 순간에 잠에서 깨게 하는 묘약이 있으니 그 중 최고는 오랜만에 침대 밑에서 나오는 동생 목덜미 낚아채기와
유리병 속에 간식이 들었을 때 좁은 의자와 병 사이에 놀라운 곡선으로 끼어들어 간식을 꺼내 먹는 유연함을 보일 때
그리고 그 마지막이 집사가 흔들어주는 말린 게맛살을 노릴 때이다
"나 잠 다 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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