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어제 우리는 병원을 드디어 졸업했다. 집에서 먹고 가는 안정제의 약효가 정말 좋아서 수술 이 후 한 번도 병원에서 진정제를 따로 맞지 않았던 기억이다. - 아이 몸무게만 알면 병원에서 미리 처방 해주시니 고양이가 너무 지롤을 해서 병원 못 가시는 집사들은 꼭 활용 하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 안정제의 부작용보다 스트레스의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고 하고 미루다가 나처럼 병을 키우는 일도 없기를 바라니까
[오랜 시간 같이 애 써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모두 친절해 집사 마음이 편한 병원이었다. 선생님은 일부러 안 웃고 무뚝뚝한 척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유는 웃으면 눈이 먼저 웃어서 아기 얼굴이 돼버리는 때문 아닐까 싶었다]
이번에는 참으로 단촐하다. 원인균이었던 효모(곰팡이)균은 아직 좀 남아있어서 그에 대응하는 약까지 넣어서 큰 캡슐로 전면교체하고(선생님은 자주 약 값을 받지 않으셔서 이 번에는 진료비도 없이 병원 간 역사상 가장 저렴한 주사비용 19000원만 냈다) 소독용 솜 한 봉지
아직 안정제 기운이 좀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니 이번에는 영역탐사를 생략하고 일단 밥그릇으로 향한다 - 이 고양이는 안정제 또는 마취기운이 남아있는 상태일 때면 "미친 식욕"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는데([고양이 형제 철수와 경철이] - 수술 후 마취에서 깨기도 전에 내 고양이가 한 행동) 다른 고양이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수술시켜 본 것이 집사에게도 처음이라
일단 습사료를 먹다가 바로 옆에 건사료가 보이니 자리를 옮겨 먹는다. (네 입맛이 그렇다면~ 하고 집사가 고개만 돌리면 되도록 그릇을 나란히 놓아준다)
"오늘따라 왜 이리 밥이 다 맛있지?"
"네가 제 정신이 아니어서 그랴~"
철수는 언제나처럼 마징가 귀를 하고 뒷쪽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요즘 들어 명랑한 표정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가슴이 아린다
여기서 문제는 마지막 실밥을 풀고 나니 귀가 더 죽어버렸다는 것인데 - 사실 아이 외모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저렇게 귓구멍을 덮을 지경으로 늘어져 있다면 남아있다는 곰팡이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것이 가장 걱정이다. 선생님도 재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고, 이개혈종도 재발이 잘 되는 병이고...
창 밖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골똘히 무엇인가를 보는 척하는 외로워 보이는 철수고양이의 옆모습.
하지만 경철 고양이가 밥을 다 먹고 돌아서자마자 늘 하던 한 바탕 우당탕퉁탕이 벌어졌고 이를 본 집사는 안심하고 미뤄뒀던 일상에 몰두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경철이 왜 이리 조용하지? (철수는 내 무릎에 있었고)
침대 밑에 있는 건 틀림없는 일이니 일단 들여보니 아!? 저것이 무엇이랴... 침대 밑이 어두컴컴하니 1, 2초가 흐른 후에나 집사는 겨우 경철의 자세를 알아 볼 수 있었는데 (와중에 안 흐를려고 바구니를 꽉 잡고 있는 저 발 좀 봐라 ㅎㅎ)
헛! 너 살아있는 거 맞아? 고양이가 죽으면 저렇게 고요히 눈을 감고 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또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제 풀에 가슴이 철렁한다
그나마 넥카라가 베개처럼 받쳐줬으니 망정이지 - 배불리 먹고 나름 길이대로 쭉 펴고 뻗었더니 바구니 안에서는 저 자세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옆에 담요며 즈들 좋아하는 수건이며 등을 깔아 뒀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바구니 안에 들어가야 안심이 되는 고양이 심보!
진짜로 목 꺾여 죽을 뻔... 불편해 보여 고쳐 눕혀주고 싶고만 안 들리는 아이니 한참을 카메라가 찰칵거려도 미동도 않는다. 이것도 윗장면과 같아 보이지만 살짝 각도도 바꾸고 더 들여 찍은 다른 장면일 만치 이 기기묘묘한 모습에 반해 수십 장 찍었다
그러다 문득 공기의 흐름과 카메라의 플래시가 느껴졌는지 잠이 덜 깬 눈을 번쩍 뜬다 "뭐여 또?"
이렇게 집사의 이기적인 방해질로 입맛을 다시면서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단잠에 빠졌던, 눈에도 넣어도 안 아플 내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난다 -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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