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사는 거의 온 시간을 다 바쳐 몰두하는 일이 따로 생겼다. 경철의 귓병도 어쨌거나 끝을 보이고 있으니 무의식적으로 다른 정신 쏟을 일을 찾아낸 것인지 이 나이에도 호기심을 주체 못하는 그야말로 "주책스러움"이 발동한 것인지 예전에 쓰던 노트북을 꺼내서 쓸 만하게 만들어 보겠다고 며칠째 고군분투 중이다.(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으다...--;;)
이것은 노트북 작업을 새로이 시작한 이틀째의 풍경인데 철수는 두 번째 컴퓨터를 켤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달려와서는 간섭을 하는데 (그것도 아주 골똘히). 사람 아이도 키우기 나름으로 이 아이는 내가 자주 사람처럼 대하는 일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고양이를 지적으로 사람처럼 대하는 일은 절대 잘 하는 일이 아님)
다른 한 고양이는 여전히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그리고 이 녀석도 안 들린다는 이유로 최대한 고양이적인 특성을 존중 해가며 길렀기에 이 모양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밥 먹고 돌아서던 고양이, 제 형이 저러고 엎어져 있는 걸 보자 "췌, 그까이거 뭐 볼 거 있다고!" 하는 표정이다
아무튼 철수 고양이는 앞뒤로 열리는 캐리어를 동굴 삼아 이리 들어갔다 저리 들어갔다 그곳을 놀이터 삼아 놀기도 하는데
장난감을 흔들어 주자 여지 없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눈동자가 새까매지고 수염도 모두 앞으로 쏠리고 그 주변이 툭 불거지면 고양이의 흥미로움은 최고조에 달했다는 신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눈빛이 달라졌다.
살아있는 사냥감을 발견한 때문인데, 역시 툭 불거진 수염과 입주변을 보이면서 캐리어를 한 바퀴 돌아나와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나름 찾고 있는 것인데
조심스레 노리는 것은 이제 막 침대 밑에서 그루밍을 시작하는제 동생이다. 나쁜 넘! - 그런데 이것이 우울하지 말라고 주는 모유성분 영양제 덕분일까 열흘 이상 지나면 효과가 나온다던데 기어이 제 원래 성질을 되찾고 말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일상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마지막 장면은 이런 그림이다. 의자 위에는 공격자 형고양이, 의자 아래에는 공격을 피해 숨은 동생 고양이
그리고 어떤 날은 이렇게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지겨워 지면 나름 고개만 빼꼼~ 하는데 제 몸통을 모두 가려 버리는 커다란 넥카라 때문에 얼굴만 동동 떠있는 것 같아 얼마나 더 귀여운지!
다른 날, 이 날도 철수 고양이는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었는데 나중에 문득 이해가 된 것은 아마도 저 화면에 거의 온종일 점점이 동그라미가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 고양이는 마우스 포인터 등, 화면에서 별다른 모양 없는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면 그것에 대단히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다른 한 고양이가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겨우 이런 행동이다 - 컴퓨터 옆에 딱 붙어 누워서 집사가 도저히 자판질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이렇게 고양이들은 하루종일 들러붙어 집사의 일을 방해하고 심지어 단잠까지도 방해 하는데 그런 짓 하지 않는 사람과 사는 것은 상상만 해도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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