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고양이의 행동을 보고 얼마나 착각을 하는지, 그러니까 우리의 반려동물을 얼마나 인간의 기준만으로 보고 판단, 평가 하는지 여지없이 증명할 만한 장면이 오랜만에 잡혔다. -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어느 커뮤니티에서 방금 서로 다정한듯 보였는데 갑자기 형이 동생을 물고 뜯고 난리가 나서 집사가 끼어 들어 형 고양이에게 알밤을 줬다고 하지 않나, 거기에 달리는 답변이라고는 그런 넘은 혼자 벌로 몇 십 분간 격리를 시켜야 한다고 하지를 않나, 그런데 그런 곳에는 그렇지 않다고 바른 해석을 해줘도 씨알도 안 먹힌다는~
두 고양이 형제가 앞뒤로 나란히 앉아 창 밖으로 간간이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새들의 흐름도 끊기고 "에이, 심심해~"며 지겨움을 표현하는 "머리털기"를 하던 철수의 옆눈으로 슬쩍 비친 적이 있었으니(고양이의 시야각은 사람보다 훨씬 넓다)
바로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귀여운 동생 경철 고양이다
[사실 고양이가 연출하는 아름다운 장면은 여기까지다]
"너 거기 있었어?"
"웅, 나 아까부터 여기 있었어"
[이렇게 각도를 바꾸며 탐색하기 시작하면 동화는 끝이 난다]
"거어 반갑구만 뽀뽀나 함 할까?" 며 서로 각도를 맞추는... 것 같지? - 사람이라면 이 장면 바로 뒤에 프렌치 키스가 나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겠지.
경철의 눈이 이미 질끈(살포시~가 아니고) 감겨 있다 - 이것은 키스에 마음이 녹아 감은 눈?
"어이, 일루 와 봐~ 새삼스레 수줍어 하기는"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이런 대사일 것 같지?
집사는 이미 세 번째 장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철수 - 팔이 짧아 슬픈 짐승이여~ 팔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도 살짝 돌려앉은 조 놈의 방뎅이를 잡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지 동생 고양이도 집사도 초긴장 상태가 된다. 사실 저 위에서 철수가 처음으로 팔을 들어올린 장면은 솜방망이 펀치를 날린 것인데 팔이 짧아 닿지를 못했던 것이다
"그래, 팔이 짧으면 점프로 해결하지!"
사실 경철이 앉은 자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만큼 좁은 곳이니 이 공격을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은 형 고양이는 더 높은 자리로 훌쩍 뛰어올란 위에서 덮칠 계산을 한 것이다
이것을 두 눈 질끈 감고도 어느 새 봤는지 경철 고양이가 아래로 내려서니 철수가 뛰어내릴 자리가 마땅찮아져 버렸다 - 공간이 넉넉했으면 위에서 그냥 덮쳤을텐데 그냥 덮치면 둘 다 나동그라지면 다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런 험한 모험은 하지 않는 것이 고양이다. 그 사이 쫓기는 고양이는 "집사에게로 도망갈까" 궁리도 해 봤지만
집사란 인간은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작당을 꾸미는지 책상 가득 노트북 두 대를 펴놓고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철수 고양이, 공격할 만한 자리를 찾아 겨우 내려 왔는데 경철의 솜방망이가 작렬하려는 시늉을 하자 - 사실 경철 고양이는 넥카라 때문에 그렇잖아도 짧은 팔이 더 짧아졌는데 그걸 철수 고양이가 계산 할 능력이 있겠는가, 여지없이 한 대 맞았다는 듯 두 귀를 잔뜩 뒤로 눕히고 두 눈도 질끈! 그런 와중에도 나름 헛솜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 사람도 전략이 달릴 때 눈 질끈 감고 마구 두 팔을 휘두를 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그렇게 상대의 두 눈이 감긴 순간을 놓칠 만큼 어리숙한 경철 고양이는 절대 아니다. 그 길로 냅다 뛰어 침대 아래로 쏘옥~(이것이 내가 소프트 넥카라를 고집 했던 이유 중 하나다 - 플라스틱은 이럴 때 침대에 윗턱이 걸려서 아이가 뺑뺑이를 치고 난리가 날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양이 쫓던 고양이 침대 아래 쳐다보기!
그러니 고양이 집사들은 고양이 행동에 대해 사람의 기준으로 해석 해서는 안 되고 사람의 기준으로 나무라거나 벌을 줘서는 더더욱 안 된다. - 나는 항상 말 한다 "피가 튀거나 상처가 나ㅈ지 않는 이상 집사는 끼어들지 말라"고 - 이 말을 새겨듣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집사가 끼어들면 들수록 상황은 나빠질 뿐인다. "뽀뽀하다 갑자기 왜 그래?!" 고양이에게 이런 거 없다
고양이가 코를 마주치기만 하고 지나가면 그건 사랑의 인사지만 고개를 외로 꼬면서 각도를 맞추려고 할 때는 사람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상황이고, 그렇다 하더라도 집사가 섣불리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고양이 교육에 대해 하도 이상한 말들을 많이 하길래 장면이 생긴 참에 건네 본 말이다.
오늘은 마지막 남은 실밥을 풀고 병원을 졸업했다.- 이 이야기는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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